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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단독]'대표님 찬스'로 7600만원 공짜 골프…내부 감사 적발 ②[단독]前금배지-現운영위원장은 비켜간 '비리 수사' (계속) |
전문건설공제조합과 협회가 소유한 코스카CC를 둘러싼 비리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서 비켜선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이사장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이고, 다른 한명은 실세로 통하는 전 협회 회장이자 현직 운영위원장이다.
'무료 골프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과 자료가 나왔지만 내부 감사에서 두 사람은 제외됐다. 경찰도 두 사람을 수사 대상에서 뺐고, 검찰은 아예 무료 골프 제공이 영업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유 전 이사장은 100만 원 상당의 고가 골프채를 공금으로 구입했고, 신 위원장은 유흥업소 종사자를 '조카'라며 골프장에 드나들게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사장에 100만 원짜리 골프채 공금으로 선물"
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코스카CC 자료를 보면, 2018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총 242개 팀(1팀당 4명)에 무료 골프 제공이 이뤄졌다. 이는 앞서 보도한 전문건설공제조합 내부 감사의 대상 시기(2021년 1월~2022년 6월)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금액도 감사에서 적발한 7600만원보다 훨씬 많아 1억 7500만 원이 넘는다.
문제는 무료 골프는 대부분 조합 고위 관계자들의 지인들이라는 점이다. 가장 많이 지인들에서 공짜 골프를 제공한 사람은 당시 공제조합본부장과 골프장 대표를 지낸 이 모 씨다. 그는 130개 팀에 걸쳐 9903만원의 무료 골프를 지인들에게 제공했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7월~2017년 10월까지 한차례 코스카CC 대표를 지낸 후 공제조합 본부장을 역임하고 2020년 10월 다시 골프장 대표로 돌아왔다. 이에 노조에서도 회전문 인사라며 반발이 거셌었다.
이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 씨를 다시 코스카CC 대표로 앉힌 유대운 전 조합 이사장 지인들도 '이사장 찬스'로 9개 팀(529만원)이 무료 골프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권 때 조합의 최고위 자리로 들어왔다.
특히 유 전 이사장은 골프상품 매장에서 100만 원 상당의 고급 채를 공금으로 구입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경찰이 확보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골프를 치다가 드라이버가 망가지자, 코스카CC내 골프매장에서 급하게 채를 가져다 썼지만, 대표였던 이 씨가 '선물로 준 것으로 치자'며 조합 공금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유 전 이사장은 조합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선불 카드를 아들 회사에 팔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 전 이사장도 지인 무료 골프비 면제와 관련해 "이 사람 저 사람 끼워 넣다가 보니까 그런 게 들어간 모양인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채 상납 의혹과 관련해선 "이 전 대표의 월급 통장번호를 알아내 통장으로 돈을 송금해 줬다"고 했다. 송금한 시기에 대해선 "골프채를 구입한 후 몇 개월 후"라고 답했다. 그는 은행 송금 내역을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는 여러 사정을 대며 어렵다고 했다.
"골프장 이용한 여성, 조카 아닌 술집 종업원"
유 전 이사장과 함께 눈에 띄는 인물은 신홍균 현 조합 운영위원장이자 전 협회 회장이다. 신 씨는 20년간 조합 안팎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꼽힌다.
해당 명단에는 신 씨의 지인 24개 팀(1608만원)이 공짜 골프를 친 것으로 나온다. 이 가운데 한차례 '조합 운영위원'을 뺀 나머지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상당수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정황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신 위원장의 여조카라고 신경을 쓰라는 지시가 내려진 사람이 나중에 들어보니 '술집 종업원'이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 신 위원장 지인 가운데는 '사채 업자'나 '조직폭력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협회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무료 골프 명단에 오른 김모 본부장은 신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이사장과 달리 여권과 더 가까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 위원장은 두 번째 같은 직책을 맡고 있다. 이미 2013년 조합 운영위원장을 맡았을뿐더러 2015년에는 협회 회장에 올랐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는 핵심 직책에서 한발 물러났다가 올해 9월 다시 운영위원장을 꿰찼다. 그는 현 정권에서 이은재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사장으로 입성할 때 적극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카CC설립 추진위원장도 맡아 골프장 건설에도 앞장섰다.
신 위원장은 지인 골프 제공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경찰 조사까지 다 끝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 왜 본인 이름이 리스트에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소개해 준 적이 없고 이 전 대표한테 물어보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도 '공짜 골프'에 대해 부인했다.
왜 힘센 두 사람만 빠졌을까
검경이 수사를 벌였지만, 이 두 사람이 대상에서 빠진 것을 놓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무료 골프 제공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했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해 "진술은 있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기소 의견 대상에서 뺐다. 검찰은 여기서 더 나가 무료 골프 제공이 '경영상 판단'이라며 경찰에 보완 수사 지시를 내렸다.
내부 감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고, 대표이사 해임 처분을 요구했던 '지인 골프비 면제'가 수사 과정에서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조합 감사실은 무료 골프 제공에 대해 "연단체 외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씨가 본인의 지인만으로 130개 팀을 꾸려 무료 골프를 제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본인보다 지위가 높은 이사장과 위원장을 제치고 이렇게 많은 무료 골프를 본인 마음대로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가 지시했지만, 유 전 이사장이나 신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공짜 골프가 기록에서 누락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 출신인 유 전 이사장보다는 신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무료 골프 제공을 혐의에 포함하면 두 사람 모두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경찰은 유 전 이사장의 골프채 상납 의혹에 대해서도 '경영상 판단'으로 골프장 대표가 줄 수 있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