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령관이자 군사 반란의 주역인 전두광 역의 황정민, 전두광과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저지하고자 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의 정우성, 12·12의 도화선이 된 육군참모총장 정상호 역의 이성민, 이태신과 함께 반란군에 맞선 헌병감 김준엽 역의 김성균을 비롯해 '서울의 봄'에서 열연을 보여준 모든 배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에게 공분을 안긴 황정민을 비롯해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이 맡은 캐릭터와 '서울의 봄'에 함께하게 된 사연 등을 짤막하게나마 전하고자 한다. 다음 내용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와 함께 실제 인물들의 12·12 이후 역시 짧게나마 전하고자 한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_전두광
전두광은 보안사령관으로 10·26(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합동수사본부장을 겸직하게 된다. 모든 정보를 한 손에 틀어쥔 후, 권력 찬탈을 위해 군내 사조직을 동원해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을 일으킨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의 주인공이자 군사 반란의 주역인 전두광을 맡아 영화를 본 관객들의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황정민 "처음에는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의 연기 욕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김성수 감독님으로부터 '내가 연기할 캐릭터는 이 영화의 설정에 맞게 극화된 캐릭터'라는 말을 듣고 시나리오상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한테는 화장실 신이 큰 난관이었다. 시나리오에는 지문만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배우의 연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던 거 같다. 그 신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전두광이란 인물이 가진 탐욕의 끝이지 않나 생각한다. 교활함을 비롯한 모든 수많은 감정이 다 응축된 탐욕, 그 탐욕이 전두광의 웃음으로 다 보인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 실제 인물 전두환의 이후 :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씨는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내며 언론통폐합과 삼청교육대 창설, 민주화 운동 탄압을 지속했다. 1995년 구속 기소돼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에서 사형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0억 원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1997년 사면·복권됐다.
전씨는 1020억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체납세금만도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지난 2021년 11월 23일 지병으로 사망한 후 유해가 약 2년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안치 중이었는데, 최근 휴전선과 가까운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의 한 사유지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오늘 밤 서울은 끝까지 우리 부대가 지킨다!"_이태신
정우성이 연기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군의 원래 사명에 충실한 인물이다. 권력을 목표로 군사 반란을 일으키는 전두광과는 정반대에 선 이태신은 12·12 당일, 서울로 전방부대까지 불러들이는 반란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한다.
정우성 "감독님과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또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다. 영화적으로 창작된 면이 많은 인물이라는 감독님의 말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태신이 가진 신념이 관객 여러분께 잘 전달되도록 연기해야 영화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의 봄'이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의 재해석이 있는 만큼 실제 사건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고,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그 당시 수방사령관 임무를 맡고 계셨던 분의 이야기를 오히려 더 배척하려 노력했다. 사실 '이태신은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까'를 찾아가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렇기에 이전 감독님과의 작업에 비하면 감독님에게 더 많이 기댔다."
▶ 실제 인물 장태완의 이후 :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씨를 비롯한 신군부를 중심으로 한 반란군에 끝까지 저항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은 영화 속 이태신처럼 '군인정신'을 보여주며 신념과 명예를 지켰다. 장태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은 실제 반란군과의 통화에서 "너희들(반란군)한테 선전포고다! 난 죽기로 결심한 놈이야!"라고 외쳤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반란을 막지 못한 그는 이등병으로 강등돼 결국 군복을 벗게 됐다.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공부를 잘했던 그의 아들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했으나, 이후 실종 한 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2010년 7월 26일(향년 78세) 별세했으며, 12·12 군사반란 당시 상황과 그 이후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의 행적이 궁금하다면 그가 집필한 책 '12.12 쿠데타와 나'를 추천한다.
"나라가 위태로운 때 아닙니까."_정상호
10·26사태(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했던 이성민이 '서울의 봄'에서는 육군참모총장 정상호로 변신했다.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상호는 세를 규합하는 전두광의 움직임을 감지한 후, 이태신을 수경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등 그를 견제하려 한다. 그러나 10·26 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신군부에 납치돼 12·12의 도화선이 된다.
이성민 "뒤에 전두광 역할과 전직 대통령이 찍은 사진을 봤다. 뜨끔했다. 어쩌면 내 사진(*참고: '남산의 부장들' 당시 연기한 박통 사진)이 걸려 있을 수 있겠다 잠시 생각했다.(웃음)
김성수 감독님과 처음 작업했다. 감독님이 날 선택해 주셨고, 감독님에게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서 긴장하면서 촬영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연기한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어떤 긴장감을 줄지 생각하며 애를 썼다. 준비 과정에서 감독님이 딱히 캐릭터에 관해 말씀을 안 하시고 두꺼운 책 두 권을 주셨는데, 내가 연기해야 할 캐릭터는 극 중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읽지 않았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포용해 주셔서 감독님을 의지하며 촬영했다. 감독님의 영화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우리나라의 운명이 바뀐 그 사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실제 인물 정승화의 이후 : 10·26사건(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사건) 후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계엄사령관이 된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12·12 군사반란에 의해 날조된 죄목으로 7년 형을 선고받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불명예 전역을 당했다.
이후 1981년 3월에 사면 복권됐고, 1997년에 재심 판결에 의해 무죄를 선고받고 계급과 명예가 회복됐다. 1999년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운동을 전개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가 있다. 지난 2002년 6월 12일(향년 73세) 별세했다.
"군사 반란으로 나라가 뒤집어지면…치욕입니다."_김준엽
헌병감 김준엽은 이태신과 함께 수도권 방위 책임자 셋 중 한 명이다. 정상호 참모총장(이성민)이 체포된 후, 육군본부 벙커에 모여든 군 수뇌부의 수세적인 결정에 맞서 끝까지 강경 대응을 주장한다. 김성균이 김준엽 역을 맡아 '진짜 군인'의 신념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김성균 "시나리오를 읽고 심장이 굉장히 뛰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긴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 알고 있는 사건인데도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극화가 잘 되어 있었다.
김준엽은 신념을 갖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똑바로 가는 사람이다. 이태신이 고군분투하고 싸우는데, 그와 같은 길을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했다. 영화 속 김준엽의 권한이 다른 장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촬영하면서도 캐릭터로서 생각했을 때 굉장히 답답했다. 대본에 김준엽이 갈 길과 해야 할 행동이 명확하게 있었다. 벙커에 있던 선배님들과 합을 맞추면서 했던 작업이 무척 즐거웠다."
▶ 실제 인물 김진기의 이후 : 김진기 당시 헌병감 겸 계엄사령부 치안처장은 장태완, 정병주, 하소곤 장군과 더불어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에 끝까지 저항한 장군이다. 신군부에 저항했던 그는 보안사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고 이듬해인 1980년 강제 예편됐으며, 예편 후에는 한국토지공사 이사장을 지냈다. 1993년 이건영, 하소곤, 정승화 등과 함께 전두환씨를 내란죄 등으로 고발했다. 지난 2006년 12월 28일 지병으로 별세(향년 74세)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