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 거부권으로, 개정안의 부작용·문제점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공익성을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오자 이를 재가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방송 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뜻한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두 법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거부권과 관련한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개정안이 국민과 국가 경제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숙고한 뒤 거부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들 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갔다. 재의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지만, 야권 표를 다 모아도 역부족이라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정부 "노란봉투법, 노사 관계 크게 저해…방송 3법, 공정성 훼손"
노란봉투법으로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방송 3법의 경우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등 외부로 확대한 게 골자다.
한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문제점들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개정안은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해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유독 노조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방송 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공익성이 훼손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 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