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1기 경제사령탑 어땠나? 전문가들 물어보니

"추경호 표 색깔 없었다" 아쉬워하는 목소리
역대급 세수 펑크와 물가 품목관리에 부정적 평가 나와
비상 상황에 대응은 발 빨랐다 긍정적 평가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

이번 개각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1년 8개월 한국 경제를 이끈 '추경호 체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상당수는 대체로 따끔한 평가를 내놨다. 추경호 표 철학과 정책이 보이지 않았고,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 등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고금리 등 대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도 있었다.

"추경호만의 색깔 못 보여, 대외 여건 악화 속 여력 없었다"


전문가들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은 것은 추경호 부총리만의 경제 철학과 그에 맞는 정책들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역대 정권에 비해 구체적인 경제 목표치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그때그때 위기 대응에 치중하는 특징과도 맞닿아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집권하자마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되면서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재부가 정책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여러 문제가 터지고, 그 뒷수습을 하다보니 1년 반이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즉 "경제 여건이 워낙 안좋다보니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종민 기자

추 부총리가 올해 가장 강조했던 것은 '상저하고'(상반기에는 경기가 안 좋다가, 하반기가 갈 수록 풀린다)에 대해서도 경기에 대한 '예측'을 '목표'처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애초에 무리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안 교수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상저하고'는 사실상 어렵게 된 상황"이라며 "기획재정부가 애초에 예측이 그렇다는 정도로 생각해야지, '상저하고'가 마치 정책에 의해 컨트롤이 되는 것처럼 국민에게 설명했던 것 자체가 좀 무리한 측면이었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 할 말 없어" 따끔한 평가도

연합뉴스

보다 냉정한 평가들도 나왔다. 정부가 당초에 예상한 세수에 비해 무려 59조1천억원이 부족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수 결손 사태가 난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라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꼬집었다.

전 교수는 "400조 규모의 나라 예산에서 무려 15% 가까운 오차가 난 것은 세수 추계의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라며 "기획재정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이 부분은 명백한 오점을 남긴 것이고, 내년에도 재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가 막판에 집중했던 품목별 물가 관리에 대해서도 전 교수는 "경제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 때에도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검증됐던 품목별 물가 관리를 채택해 이에 치중하다보니, 기업들이 가격은 그대로 하면서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등의 시장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를 세세하게 분석하고 개혁과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전 정부에 이어서 이번 정부도 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세계에도 유례가 없는 저출산 문제로,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산업 구조 개혁이 절실했는데, 정부가 이번에도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험 풍부해 비상 상황 대응 빨랐다"


추 부총리가 관료 출신으로 여러 경제상황에 대한 경험이 많다보니 위기 대응이 발빨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제약 조건이 많았는데도 전체적으로는 잘 대응했다고 본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가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반도체 이슈 등이 터졌을 때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국면에서 신속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이번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는데, 추경 등을 통해서 경기활성화에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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