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야간·휴일엔 '초진' 전면허용…처방도 가능

'6개월內 대면진료' 환자는 의료진이 비대면진료 여부 판단
응급의료 취약지 범위 확대…도서벽지→98개 시·군·구 추가
복지부 "의료인프라 취약지역 多…국민 의료접근성 강화에 초점"
처방제한 목록에 '사후피임약' 추가…"고용량 호르몬으로 부작용 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정부가 '재진 중심' 원칙인 비대면진료를 휴일·야간에는 질환종류나 진료 이력과 무관하게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18세 미만이었던 기존 연령기준도 전체로 확대돼 사실상 연휴 등에는 초진을 전면 허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차 의료기관이 공휴일이 대부분 문을 닫는 점과 의료인프라 취약지의 상황 등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또 증상만으로 재진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반 년 이내 해당 병·의원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다면, 같은 질환이 아니어도 비대면진료가 가능토록 기준을 완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오는 15일부터 시행한다고 1일 발표했다. 기존에 특정한 경우에만 허용했던 비대면 초진 대상을 대폭 넓힌 게 골자다.
 
정부는 "(여전히) 기본방향은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는 원칙"이라며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면서도 현장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성으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관내 의료인프라가 부족해 비대면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의료취약지'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추가한다. 앞서 정부는 △도서·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만 65세 이상 노인·장애인) △감염병 확진환자 등에 한해 예외를 적용해 왔다.
 
앞으로는 보험료 경감 고시에 따른 '섬·벽지'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인구(취약도)가 지역 내 30% 이상인 지자체'로 기준이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전체 시·군·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98개 시군구가 초진 가능지역에 새롭게 포함됐다.
 
정부는 또 휴일 및 야간(오후 6시 이후)에 18세 미만 소아만을 대상으로 했던 비대면진료를 전 연령대로 확대하는 한편 처방도 허용했다. 당초 소아·청소년도 처방을 제외한 상담만 받도록 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성인에 비해 훨씬 신중한 태도를 취했던 소아의 비대면 처방도 이제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능하다. 다만, 처방약은 여전히 '약국 방문수령'이 원칙이며 재택수령 대상자도 현행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일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국민의 의료접근성은 높이고 안전성은 확보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제공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휴일이나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아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병원 진료를 위해 연가를 내야만 하는 직장인 등은 제때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휴일·야간 의료취약 시간대에 한해 진료이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비대면진료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박 2차관은 "이를 통해 환자의 증상과 상태변화에 대해 최소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거나 다니던 의원의 진료 개시 전까지 진료, 처방 그리고 투약 등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국민 편의를 높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비대면진료 가능 여부를 가르는 척도인 '대면진료 경험자'의 기준도 조정한다.
 
그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으려면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은 30일 이내 '같은 병원'에서 '같은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했다. 여기서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 관리료 산정이 가능한 11개 질환으로 국한됐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환자의 증상이 동일 질환 때문인지 진료 전 판단이 곤란하다는 의견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만성질환은 기준이 너무 긴 반면, 그 외 질환은 다소 짧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례로 초등학생 자녀가 감기에 자주 걸릴 경우, 비대면 처방을 원해도 기간이 도과하면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학교를 빠지고 '오픈런'으로 소아과 진료를 접수해도 최소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엄마들은 기간 기준을 폐지하거나 현행보다 많이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앞으로 이 기준은 '6개월 이내 대면진료'로 일괄 통일된다. 환자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가 안전한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질환과 무관하게 비대면진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복지부 제공

박 2차관은 "6개월 이내 진단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사가 환자에 대한 정보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단의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봤다"며 "어떻게 하면 현장의 혼동을 피하면서 의료계와 합의한 비대면진료 원칙('재진환자 중심')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의사가 보기에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거부'가 아니란 점을 지침에 명시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대면진료 요구권을 규정함으로써 의사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환자의 안전도 함께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복지부는 비대면진료로는 처방이 불가한 의약품에 마약류 및 오남용 의약품(23개 성분·290품목) 외 '사후피임약'을 추가하기로 했다.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해 부작용이 크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성이 처방받는 사례가 나오는 등 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다.
 
탈모나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도 안전성 관리 차원에서 과학적 근거, 해외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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