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아니냐?"
30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3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정경기에서 87-73 승리를 지휘한 조상현 창원 LG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나가면서 이재도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취재진이 조상현 감독을 대신해 질문했고 답변을 들었다. 행운이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재도는 웃으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재도는 이날 데뷔 후 개인 한경기 최다 기록인 3점슛 7개를 성공하며 25득점을 기록,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외곽슛 감각이 폭발적이었는데 특히 백보드를 이용한 3점슛을 계속 성공시켜 눈길을 끌었다.
백보드 3점슛의 적중률에 가장 놀란 건 조상현 감독이었다. 그는 "저는 (백보드 3점슛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관희와 이재도는 가끔씩 던지더라. 본인이 연습하는 부분이면 신경쓰지 않는다. 오늘처럼 들어가기만 한다면 뭐든 괜찮다"며 웃었다.
이재도는 "첫 3점슛은 시간에 쫓겨서 던졌는데 백보드에 맞고 들어갔다. 평소와 다르게 느낌이 온 거 같다. 원래 그런 슛을 즐겨하지 않는데 두 번째도 들어가더라. 몇 번 더 해보고 '아, 오늘은 백보드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전에 몸을 풀 때 백보드 슛을 한 번도 쏘지 않았다. 저도 놀랐다. 들어가서 경기 영상을 봐야할 것 같다"며 "백보드를 이용해서 이렇게 넣은 게 프로에서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상현 감독이 이재도의 활약에 더욱 놀랐던 이유는 또 있다. 조상현 감독은 전날 팀 공식 연습 때 이재도가 평소 시도하지 않는 슛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평소 안 하던 거 하지마"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연습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재도는 "핸드오프 슛 연습을 했다. 그 플레이가 수비하는 입장에서 까다로운 플레이라 한 번 해봤다"고 말했다. 그래도 조상현 감독은 신경이 쓰였다. 이재도는 조상현 감독에게 "안 하던 연습을 할 때 슛이 잘 들어갔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이재도는 개인 3점슛 최다기록을 갈아치웠고 올 시즌 개인 한경기 최다득점 기록도 썼다. 그래도 담담했다. 이재도는 "이전까지 경기 내용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때가 올 거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베테랑으로서 개의치 않고 물 흐르듯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재도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오늘 제 슛 감각이 좋은 것을 알고 아셈 마레이, 정희재, 양홍석 등 동료들이 스크린도 많이 와주고 기회도 많이 봐줬다. 이런 부분이 우리 팀의 분위기를 반영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