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시리즈는 '간판' 모델이라는 명성답게 그 인기가 부침을 타지 않고 언제나 뜨겁다. 한국에서만 연간 2만대 넘게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6년 만에 돌아온 8세대 5시리즈의 첫 무대도 한국이었다.
뉴 i5는 이렇게 '잘 나가는' 5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순수 전기차다. 그만큼 태생부터 '너도 잘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나왔다. 내연기관에서 다진 5시리즈의 입지를 전기차 영역에서도 이어갈지 초반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12월로 국내 출시 두달째를 맞은 i5는 그런 부담과 관심을 이제 성능으로 입증하고 있다. 잘 나가는 5시리즈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오히려 5시리즈의 명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극찬도 나온다.
직접 i5를 몰아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기차 구매를 멈칫하게 만드는 여러 요인들을 i5는 자신있게 해소하고 있었다.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꽤 높지만, 여건만 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들 만큼 매력적인 요소로 가득했다.
그중 첫번째는 단연 주행 가능 거리였다. 시승 모델은 뉴 i5 eDrive 40 모델로, 공식 인증받은 1회 충전시 주행 거리는 384㎞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에도 벅찬 거리로, 출시 당시 i5를 두고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는 완전히 달랐다. 서울 강남에서 경기 가평까지 왕복 약 130㎞를 주행한 결과 전비는 1㎾h당 6.4㎞를 찍었다. 인증 전비인 4.1㎞를 2㎞나 웃돈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를 계산하면 약 520㎞에 육박한다. 이날 다른 i5 차량 중에는 주행 가능 거리를 650㎞까지 기록한 시승자도 있었다.
코스 중간에 가파른 산길이 포함되고, 눈발이 흩날리는 쌀쌀한 날씨까지 감안하면 실제 전비는 이보다 더 높아질 여지도 크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21인치 타이어를 장착해야 하는 인증 기준과 달리 시중에 판매하는 i5 모델에는 19인치와 20인치 타이어를 탑재한다"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주행 가능 거리도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주행 거리 다음으로는 승차감이 i5의 매력을 더했다. 전기차 특유의 꿀렁거림이 싫어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i5는 내연기관과 꼭 닮은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꿀렁거림이 없으니 한번씩 전기차라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러면서도 가속 구간에서는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퍼포먼스가 남달랐다. 내연기관의 승차감에 전기차의 가속력이 합해진 일종의 양면성이 복합적인 재미와 만족도를 자극했다. i5 eDrive 40의 최고 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초다.
안팎의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차체는 이전 세대보다 길이 95㎜·너비 30㎜·높이 35㎜ 각각 늘어났다. 앞뒤 축간 거리도 20㎜ 길어져 동급 차량 대비 여유로운 실내외 공간을 자랑한다. 변화된 실내 공간은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핵심이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시야를 환하게 밝혀주는 스크린을 구성했다.
i5의 마지막 매력은 BMW의 충전 인프라가 마침표를 찍었다. BMW코리아는 내년 한해에만 1천기에 달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까지 누적 1100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데, 내년 1천기를 추가하면 총 2100기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국내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50% 이상에 육박하는 규모다.
i5는 최대 205㎾ 출력의 DC 고속 충전 스테이션에서 충전할 경우 10분 만에 최대 156㎞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하다. 넉넉한 인프라에 빠른 충전 속도까지 고려하면 전기차로서 가진 i5의 특장점은 갈수록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뉴 i5 eDrive 40의 가격은 9390만~1억170만원이다. 상위 모델인 뉴 i5 M60 xDrive는 1억3890만원에 판매한다. i5는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분류돼 최대 140만원의 취득세 감면 혜택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