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한 의혹에 대해 카카오가 조사단을 꾸려 본격 감사에 착수했다. 김 총괄의 욕설 논란은 외부 법무법인이 조사를 진행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30일 회사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센터 등의 건설과정과 김 총괄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했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이 두 달 간 전쟁 같은 갈등을 겪었다고 한 법인 소유 골프장회원권에 대해서도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환수한 자금은 휴양시설 확충 등 크루들의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며 "대외협력비(법인 카드)의 문제는 이미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 총괄의 욕설·폭언에 대해선 카카오 내부가 아닌 외부 법무법인이 조사에 들어간다. 홍 대표는 "윤리위원회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건의해 와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외부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종판단은 윤리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 총괄은 자신이 내부 직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며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관련 비리 의혹을 언급했다. 욕설이 나온 회의는 '문제의 제주도 회의'라고 지칭했다. 이 회의에서 김 총괄이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팀의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을 제안하자, 한 임원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나왔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김 총괄은 700~800억원이나 투입되는 공사의 업체 선정이 담당 임원의 결재나 합의도 없이 이뤄졌기에 이를 질타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고 해명했다. 해당 발언 직후에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세 차례 사과했다고 전했다.
김 총괄은 하루 뒤에도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승인을 받고 시작한 '법인 골프회원권' 매각 과정에서 겪었던 내부 반발을 언급하며 "두 달간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말 저녁에도 골프의 필요성에 대한 하소연 전화가 이어졌다. 심지어 '브랜든(김 총괄 영문명)은 골프를 안 쳐봐서 이쪽에 대해 뭘 모르는 거 같다. 답답하네 정말'(이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은 전날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올린 공동 입장문을 통해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으며, 제주도 프로젝트 관련해서도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의 결재를 모두 거쳤다고 반박하며 김 총괄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이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공개돼 동료 크루들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닌지 회사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카카오 노조도도 김 총괄이 폭로한 골프 회원권과 연봉 불균형 등에 대해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했다. 김 총괄의 폭언에 대해서도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 총괄은 네이버 등에서 함께 근무한 30년 지기인 김범수 위원장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카카오 내부 혁신 작업을 위해 지난 9월 중순 카카오에 합류했다. 네이버를 떠난 후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 운영에 전념해 온 그는 카카오 합류 후 급여를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주요 공동체 CEO들이 참석하는 경영쇄신위원회는 물론, 독립된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위에도 모두 참여한 유일한 카카오 내부 인사일 정도로 김 위원장의 높은 신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