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우슈(무술) 최고수들이 나선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자존심을 지켰다. 금메달 1개를 따내며 지난 대회에 이어 강국의 명성을 확인했다.
주인공은 겨루기 종목인 산타 남자 56kg 이하급 홍민준(32·서울시설공단)이다.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겼다.
홍민준의 우승으로 한국 우슈는 지난 15회 대회에 이어 금맥을 이었다. 당시 금메달 1개, 은메달 5 개, 동메달 6개를 따낸 한국은 100여 개국, 20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금 1개, 은 2개, 동 1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홍민준 외에 종목 간판인 '미녀 검객' 서희주(투로-창술)와 항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이용문(투로-남곤)의 은메달과 조상훈(산타-75kg 이하급)의 동메달이 나왔다. 값진 성과였지만 전반적으로 성적이 떨어진 가운데 홍민준의 금메달이 없었다면 아쉬움이 컸을 터였다.
홍민준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 출전해왔지만 메달은 처음"이라면서 "그것도 금메달이라 개인적으로 너무 뜻깊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현재 소속팀 상황이 좋지 않은데 회사에도 국제 대회 금메달은 처음이라 더 값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린 시절 방황을 딛고 어머니께 바친 금메달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홍민준은 "학교 다니다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면서 "방황을 많이 했는데 어머니께서 '답이 없다' 여기셨는지 운동이라도 하면서 바른 길로 가라고 인도해주셨다"고 그동안의 세월을 돌아봤다.
19살의 늦은 나이에 우슈에 입문한 이유다. 홍민준은 "당시 경북 포항에 살았는데 우슈 산타 종목이 강했다"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용호도장에서 지금 소속팀 이준호 감독님을 만나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뒤처진 만큼 더 열심히 훈련했다. 홍민준은 "뒤늦게 운동을 하니 욕심이 생기더라"면서 "신체 능력도 떨어져 노력을 많이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감독님과 선배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면서 "또 기본기보다 실전 위주로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국가대표로도 뽑히고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일단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홍민준은 "어머니 등 가족이 많이 응원했는데 8강에서 탈락했다"고 입맛을 다셨다. 이어 "중국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고 종주국인 중국에서 열린 만큼 아쉬운 판정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홍민준은 "어머니께서 실망하지 말라고 격려를 해주셨다"면서 "많은 도움으로 세계선수권에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1등을 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황했던 아들이 세계 제일이 됐다. 누구보다 홍민준이 자랑스러웠을 어머니다. 홍민준은 "어머니께서 아직도 포항에서 식당을 하시는데 플래카드를 걸어 놓으셨더라"고 귀띔했다.
다만 현재 홍민준이 속한 서울시설공단은 지도자 교체 및 선수단 축소 운영설이 돌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지도자 1명을 포함해 6명인 선수단을 줄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돈다.
홍민준은 "올해 국가대표로 뛰면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도 따고 소속팀이 잘 유지되고 발전하는 팀이 됐으면 했다"면서 "하지만 선수단 축소 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같이 힘들었던 거 잊지 않고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의 기세를 잇겠다는 각오다. 홍민준은 "일단 내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아시아대회지만 최강 중국이 출전하는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터. 과연 홍민준이 세계 챔피언의 기량을 내년에도 뽐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