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자승 승려 입적' 안성 칠장사 화재 현장 합동감식 중

지난 3월 23일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회향사하는 자승 승려. 연합뉴스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승려(69)가 별세한 경기도 안성 칠장사 화재에 대해 경찰이 현장 감식에 나섰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 안성경찰서,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다.

17명으로 구성된 감식팀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을 살피고, 특이점이 있는 잔해들에 대해서는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현재 최초 발화점과 불이 번진 형태 등에 대해 집중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화재 원인 조사와 정밀 감식이 필요한 잔해 수거 작업 등이 병행되는 만큼, 이날 합동감식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불이 나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승려가 입적했다.

자승승려는 당일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채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고, 화재 진압 중 건물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등 사고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승승려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또 경찰은 자승승려가 차량에 남긴 2장 분량의 메모에 대해서도 필적 감정을 하기로 했다.

이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 스님께,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연을 스스로 끊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화재 경위 조사를 위해 칠장사 내 모든 CCTV 영상도 분석할 방침이다.

자승 전 원장은 지난 10여 년간 조계종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부터 총무원 주요 보직과 조계종 입법기관인 중앙종회 의원을 맡으면서 대표적 사판승(행정 담당)으로 성장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2006~2008)과 제33·34대 총무원장(2009~2017)을 지냈으며, 퇴임 후에도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등을 맡아 조계종의 주요 의사 결정과정을 지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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