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후폭풍'에 與 근심 커지는 PK…尹대통령 '그립'도 타격받나

"저의 부족, 죄송하다"…엑스포 유치 불발에 대통령 사과까지
뒤숭숭한 PK 민심, 여권 몫의 숙제
여당 향한 대통령의 영향력, 약화 현상 가속화하나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로 여권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엑스포 유치 홍보에 힘을 쏟은 여당 의원들도, 다수의 국가 정상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이며 부산 지역 내 호응을 끌어올린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이다.
 
여당 입장에선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필두로 부‧울‧경(이하 PK) 지역구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윤 대통령 역시 이같은 외치(外治)에서의 타격이 지역 민심과 당에 대한 영향력을 비롯한 내치(內治)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서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고 자세를 낮추며 민심을 다독인 건데, 유치 불발 문제를 얼마나 중대한 사안으로 대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종 경쟁 PT 끝나고 사우디측 관계자와 인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10년이 다 돼가는 부산의 엑스포 유치 노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 체제가 들어선 2021년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 신청서를 내면서 본격화했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이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기대감은 커져 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치가 불발되면서 여권은 실망한 부산 지역 민심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 역시 지역에서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온 만큼,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총선 기준, 부산 지역구 의원 18명 중 15명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던 만큼 여당의 어깨는 더 무겁다. 직접 책임을 질 대상은 아니더라도, 엑스포 불발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책이나 정치적 이미지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가라앉은 지역 민심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당내 한 부산 지역구 의원은 "총선과 관련해서도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사안은 맞다"며 "산업은행 이전,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 다른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문제를 수습해 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엑스포와 맞물려 온 지역 개발 계획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PK 지역을 가로지르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탈환하는 것이 다음 선거에서 당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꼽혔던 만큼, 여권 내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당내 한 부산 지역구 관계자는 "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등은 엑스포가 불발되더라도 계속 진행되겠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당장 사업에 투입되는 투자 규모가 줄어들 텐데, 개발 진척이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 관련 대국민 담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전면적인 외교전에도 끝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윤 대통령의 '내치(內治)'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시각도 있다. 이번 사안이 리더십의 상처로 비화하면서, 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그립'을 약화하는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사들의 출마설을 비롯해 대대적인 당무감사까지, 안 그래도 영남권의 기류가 팍팍한 상황"이라며 "영남권 입장에선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는 산업은행 이전 등 문제와 달리, 총선 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게 이번 엑스포 유치전이었던 만큼 더욱 뼈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30일 오전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등과 만나 엑스포 유치 불발과 관련해 당 차원의 후속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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