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경찰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이른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주요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허경무·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10개월 만이다. 문제의 2018년 6.13 지방선거로부터는 거의 2천일 만이다.
함께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분리 선고 규정에 따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는 징역 3년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이번 범행을 도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다만 주요 증거에 대한 조사가 끝나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고, 사회적 유대관계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태도 등에 비춰 도주의 우려도 없다며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文의 친구·文의 비서관들 모두 '유죄'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공직자가 본분을 망각한 채 특정 정당에 이익을 주기 위해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핵심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또 일부 피고인들이 4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 기간 혐의를 부인하고 책임을 떠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現 국민의힘 당대표)을 낙선시키기 위해 경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 골자다.
재판부는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해야 할 경찰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피고인들의 선거개입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에 대해 선거 개입을 금지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지위와 권한을 특정 개인이나 정당을 위해 남용해 국민 전체에 봉사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고, 특히 공무원이 조직적 선거를 개입하게 되면 관권 선거가 돼 유권자의 판단과 결정을 왜곡시켜 선거제 본래의 기능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에 대해서는 "주도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선거 이후 각각 울산시장과 부시장에 오르는 이익을 누렸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인 점 등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꾸짖었다.
황 의원에 대해서도 "송철호와 결탁해 수사 권한을 남용했고 그 과정에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으며, 인사권을 남용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관들을 좌천시키는 인사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찰조직과 그 업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자신의 범행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질타가 이어지는 동안 황 의원은 다소 상기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고, 재판부는 황 의원을 똑바로 쳐다보며 양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법정 밖 몰린 '처럼회'…황운하 "납득할 수 없는 판결"
무죄를 자신하며 법정에 들어선 황 의원은 선고가 끝난 뒤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황 의원은 "법원이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을 수용했다"며 "법원이 어느 부분에서 오판을 했는지 면밀히 분석한 후에 항소심을 통해서 반드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자신했다.송 전 시장도 "판결에 동의하지 못 하시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울산경찰청장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특정인 수사를 통해서 선거에 유리하도록 모의했다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인 주장만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승원·김용민·고민정·문정복·양이원영 등 일명 '처럼회' 의원들이 찾아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임동호에게 영사직 제안? "증거 없다"…한병도 '무죄'
재판부는 다만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송 전 시장 경쟁자에 대해 경선 포기를 대가로 영사직을 권유한 혐의로 기소된 같은당 한병도 의원(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이 임동호(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전화한 점은 통화 내역 등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다"며 "위 통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임동호의 진술은 (영사직을) 제안 받은 시기와 내용, 상황 등에 관해 검찰부터 이 법정까지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재해모(母)병원 사업과 관련한 비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이 혐의에 연루된 이진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울산시 내부 정보를 송 전 시장 캠프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았던 시 공무원 5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