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의 힘은 강력했다.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의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돌아가 부산은 끝내 고배를 마셨다.
9년간 쉼 없이 달려온 2030세계박람회 유치는 결국 실패했지만, 전 세계에 '코리아 원팀'의 역량을 알리고, 국제도시 '부산'의 이름을 각인시켜 '졌지만 최선을 다해 잘싸운 유치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시각으로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결과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최종 선정됐다.
회원국들의 1차 투표에서 리야드는 119표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이어 부산은 29표, 로마는 17표에 머물렀다.
정부와 부산시, 정·재계 인사는 끝까지 총력전을 펼쳐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코리아 원팀'의 저력은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정부, 부산시, 국회, 재계, 시민이 '원팀'으로 국내외 전방위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
투표 직전까지 부산 이니셔티브 등 지속적인 연대 협력 방안과 역량, 차별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초반의 열세를 딛고 지지세를 확산했다.
부산시만 하더라도 150개국, 77명과 교섭해 총 87만 9003km, 지구 22바퀴를 돌았고, 부산시장은 143개국 497명을 만나 23만 8504km, 지구 6바퀴를 돌며 '부산 세일즈'에 나섰다.
특히, 지난 4월 BIE 실사단의 현지실사 등 유치활동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 등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모두가 하나가 되는 '대통합의 장'이 됐다.
엑스포 유치전은 세계 도시 '부산'을 알리는 외교의 장이 되기도 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통해 부산의 품격과 위상이 올라갔고, 남부권 성장축을 형성해 수도권 일극 체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정부도 이 과정에 '지역균형발전' 아젠다를 던지며 국가 성장의 전략을 큰틀에서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자매·우호 도시와 협력을 확대해 기존 37개국(자매 26개국, 우호 11개국)에서 49개국(자매 29개국, 우호 20개국)으로 대폭 늘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투자 기회가 생겨 도시 외교 외연이 확장했다.
부산이 엑스포를 열 역량이 충분하다는 유치전을 통해 부산의 해외 인지도와 도시 브랜드 지수도 껑충 뛰었다.
올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 평가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에서 부산은 86.7점을 기록해 아시아 도시 중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하는 '도시브랜드 평판' 순위에서는 부산은 2022년 9월부터 11개월간 서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하는 '시민 행복지수'에서 2020년 8위에 머물렀던 부산이 2년 만에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여행, 탐사 전문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글로벌 에디터들이 추천하는 '숨 막히게 멋진 여행지 25'에도 꼽혔다.
수십 년째 표류한 부산시 핵심 현안 사업 추진에도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엑스포 개최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가덕신공항 개항은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가덕신공항은 지난 4월, 조기보상 특별법이 시행됐고, 지난 8월에는 기본계획안 수립, 10월 가덕도신공항건설 공단법 제정 등 일정대로 진행 중이다.
엑스포 유치 무대로 꼽혔던 북항도 재개발 일정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된다.
전 세계에 '부산'의 강점을 알리면서 기업투자가 대폭 증가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최근 2년간 부산시는 총 101건, 8조6084억에 이르는 역대 최대 기업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둬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금까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해 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되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2030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은 그 자체로 부산에 아주 영예로운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원팀이 되어 전 세계에 부산을 알리고 세계 여러 나라와 부산이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