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과 미국 대표들이 원고없이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소집된 안보리 긴급 회의의 중심 주제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것이었다.
사전 보고자로 나선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 관계자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 뒤 이것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15개 나라 대표로 구성된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부터 탄도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아오고 있다.
보고자의 보고가 끝나자 미국을 필두로 각국 대표들이 입장을 개진했다. 대체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뒤이어 김 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당사국 대표로 참석해 북한의 입장을 설명했다. 북한이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것은 6년만이다.
김 대사는 10여분간 사전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그는 "현재 5천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느냐"고 따졌다.
또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도 "전적으로 거부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럼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위성을 날리느냐"고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찰 위성을 발사한 것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므로 이는 자기 방어적 차원이라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 대목에서는 그는 최근 부산항에 미 해군 제1 항모강습단의 항공모함인 칼빈슨호가 입항한 사실과 함께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될 것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같은 미국의 위협이 없었다면 북한도 정찰위성이 아닌 통신 위성 등 민간용 위성부터 발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한국 황준국 대사의 발언을 끝으로 회의 세션이 끝나는 듯싶었으나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스 대사가 발언권을 신청했다. 원고를 읽는 것으로 보아 사전 준비한 발언으로 들린다.
그녀는 "북한의 위성 발사가 미국의 양자(한미) 및 3자(한미일) 군사 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본질적으로 방어적일 뿐이라는 북한의 불성실한 주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며 "미국의 훈련은 일상적이고 방어적이며 사전에 발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진심으로 표명하고 싶다. 북한은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북한 김 대사도 지지 않고 발언권을 신청했다.
이 때부터 김 대사는 원고없이 유창한 영어로 미국 대사의 발언을 논박했다.
그는 "북미 관계의 핵심 요소를 바르게 이해해야한다. 양국은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단순한 비우호적 국가관계가 아니다. 70년간 실질적, 법적, 현실적 전쟁상태에 있는 교전국가 관계다. 바로 그 상태에서 한쪽 교전 국가인 미국은 우리를 핵무기로 위협중이다. 따라서 또 다른 교전 당사국인 북한이, 이미 미국이 소유중인 것에 상응하는 무기 체계를 개발, 시험, 제조, 소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 건국 초기부터 북한을 적국으로 대우하고, 공개리에 적대감을 표출해왔다. 적대감은 결코 추상적인 말이 아니다. 군사적 위협, 또 오늘 이 자리에서 보인 '이중잣대'는 우리가 매일, 매달, 매년 미국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적대적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토마스-그린필드 대사가 다시 발언권을 얻었다. 이 때는 그 역시 원고 없이 임했다.
그는 "미국은 그 동안 단 한발의 무기도 북한을 겨냥해 쏘지 않았다. 미국이 공격할 것이라는 편집증에 기초한 북한의 행위에 대항해 각자의 영토를 지키려는 동맹국들과 미국은 협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재반박했다.
김 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또 다시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이렇게 말했다.
"합동 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은 방어적이라지만 가장 공격적인 군사적 하드웨어다. 당신들이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동원한 전략적 공격 자산은 북한을 향한 공격 무기이며 북한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와 외교적 균형을 원한다면, 모든 종류의 합동 군사훈련을 당장 중단해야한다."
김 대사의 발언을 끝으로 북미간 설전도, 안보리의 회의도 모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