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후보지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현지시간 28일 오후(우리시간 28일 자정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정부는 '코리아 원 팀'으로 막판까지 총력 유치전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28일 BIE 총회에서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과 182개 회원국의 개최지 결정 투표가 이뤄진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파리에 머물며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은 엑스포를 개최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를 다하고자 한다"고 거듭 설득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총 96개 국가와 150여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틈틈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2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정부는 그동안 부산엑스포 유치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남은 하루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대표단으로부터 '대한민국은 정부와 민간이 한마음이 돼 뛰는 구조를 보며 참 대단한 나라라고 느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부산엑스포 유치 노력에는 정부와 대통령실뿐 아니라 기업과 각종 사회단체, 여야를 초월한 국회와 정치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BIE 총회 참석차 26일 저녁 파리에 도착했다. 한 총리와 동행한 정부 대표단과 재계, 부산광역시 등은 '원팀'을 이뤄 막판까지 부산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투표 하루 전까지도 BIE 회원국 대표들과 오찬 세미나와 환영·만찬 행사, 양자 면담 등 일정을 촘촘하게 진행했다.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이날까지 500여일간 지구를 495바퀴(1천989만1천579㎞) 돌며 유치전을 펼쳤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한 총리는 출국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고마운 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8일 투표에 앞서 최종 PT를 진행할 연사로는 반기문 전 유엔 총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부산과 리야드 치열한 '경쟁'…안갯속 판세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리야드가 유치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른바 '오일머니'를 앞세운 공격적인 홍보가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그렇지만 우리 정부가 맹추격하면서 판세는 안갯속인 상황이다.
엑스포 유치위는 내부적으로 BIE 회원국들을 '확실한 우리나라 지지', '우리나라 지지 전망', '중립 또는 이탈리아 지지', '사우디 지지 전망', '확실한 사우디 지지'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는 중립 또는 사우디 지지 성향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막판까지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투표 방식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 득표가 없으면 최소 득표 도시를 빼고 2차 투표를 해 과반수로 개최지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 리야드와 함께 부산이 결선에 오른다면 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부산이 2위를 차지한다면 로마를 지지했던 표를 흡수하는 식으로 역전이 가능하다는 전략이다.
사우디가 최근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실상 확정돼 국제 행사를 '독식'하는 게 아니냐는 견제 여론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것도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중동과의 관계를 중시했던 일본이 부산 지지로 방침을 굳혔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등 추격전은 상승세로 보인다.
BIE 회원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해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편 세계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힌다. 부산시가 추산한 경제효과만 61조원 이상이다. 특히 이번 엑스포는 1993년 대전이나 2012년 여수에서 개최한 인정 엑스포와 달리 등록 엑스포로 행사 기간이 길고 전시장 비용도 참가국에서 지불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가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올림픽, 월드컵 등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7번째 나라가 된다.
윤 대통령은 개최국 결정까지 현지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참모들과 결과를 파악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BIE 투표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밤잠을 못 자고 지켜볼 것 같은데, (결과를) 지켜본 뒤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메시지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