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는 한전, 발전자회사에 중간배당 부과 추진…'조삼모사' 비판도

연합뉴스

'200조' 부채로 인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 6곳에서 중간배당을 받아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중간배당을 받으면 적립금 확충으로 한전채권 발행 한도가 늘어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질적 수익 개선 없는 조삼모사식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전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안에 중간배당 수령을 추진 중이다. 한전은 지분을 소유 중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등 발전자회사 6곳에 연내 중간배당을 요구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발전자회사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건 맞다"면서도 "내년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전력 판매를 통해 동일한 수익 구조를 공유하고 있는 발전자회사들에게 중간배당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간배당 규모에 대해 한전 측은 "아직 세부적인 금액을 추산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업계 내에선 최대 4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이 이례적으로 자회사들에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누적 적자가 45조원에 달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데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전은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입해 일반 가정과 자영업계, 산업계 등에 소매로 판매하는데,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면서 적자 폭이 늘어나 전력구입 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통상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과 은행 차입 등을 활용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해소를 위해 미국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며 빚을 내는 것도 문제지만, 한전은 비싼 이자를 지급함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전채는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지난해 말 개정 전까지는 '적립금과 자본금'을 합친 금액 기준 2배까지였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한전의 2022년 한 해 적자는 32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한 해 적자(5조8천억원)의 6배에 육박한 수치다. 
 
적자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적립금과 자본금'이 줄어들자, 지난해 12월 여야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로 늘리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올해도 3분기까지 약 6조원 규모 적자를 기록, 지금과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오는 2024년 한전채 한도는 70조원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3분기 한전채 발행 잔액이 82조원을 초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행 한도를 확대하지 않으면, 오는 2024년 초에는 외려 기존 한전채를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중간배당을 받아 적립금을 더 많이 쌓아두면 향후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발전자회사들로부터 연말까지 중간배당을 받아 회계장부상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전이 중간배당을 강행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발전자회사들 입장에선 전례가 없는 중간배당을 주기 위해 이사회 논의 등을 거쳐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간배당은 당연히 강제가 아니고 자회사들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전자회사 입장에선 향후 배임 등 논란 여지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간배당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려면 자회사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어찌됐든 표면적으론 자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기에 배임 소지가 있는데 자회사 노조가 가만히 두고 보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중간배당 추진 방안에 대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자회사에 정산조정계수로 이익을 만들어주고 배당을 먼저 가져가는 건 조삼모사일 뿐"이라며 "한전의 실질적인 적자가 줄어든 게 아닌데 이익이 난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인 해법은 석유,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값에 연동해 소매요금을 조정하는 '원가주의' 관철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만 약 7% 인상한 데 대해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전체 요금을 현실화해서 절약과 함께 수익 회복이 필요하다"며 "다만 원자재 값이 하락하면 역시 소매요금도 그에 연동해 내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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