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재판에서 녹취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아동학대와 훈육을 주장했다.
약 4시간 길이의 녹취록에서 특수교사 A씨는 주씨의 아들인 주군에게 칭찬을 하기도, 때로는 목소리를 높인 채 다그치기도 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이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4시간 분량 녹취록이 담긴 USB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녹취록은 지난해 9월 주씨가 주군의 가방에 넣어 녹음한 원본이다.
녹취록에서 A씨는 주군과 인사를 나누곤 교육을 시작한다. 녹취록 30분쯤 지점에서 A씨는 "옳지. 다 했어요? 우와"라고 말하는 등 주군을 칭찬한다.
그러다 재생 37분쯤 지점에서 A씨는 "부메랑이 뭔지 알려주려고 해. 부메랑은 이렇게 된 장난감이야. 자,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왔지 어떻게 됐어?"라며 부메랑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주군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자 A씨는 "말 좀 제대로 해. 어떻게 됐어. 뭐가 이렇게야? 말을 해야지"라며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이어 "뭘 보는 거야. 진짜 밉상이네.. ○○○○ 와서"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혼잣말을 한 것이며, 녹취록상으로도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의 변호인은 "학생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교사가 목소리를 높여 집중하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피해아동(주군)이 집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것이며, 그것도 혼잣말로 한 푸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게 할 수는 있겠다"면서도 "그런데 혼잣말이면 다 학대가 아닌 것인가. 들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한편, A씨의 '○○○○' 발언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관련기관 3곳에 음질 개선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은 같은 구간을 2차례나 반복 재생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녹취록 38분 지점에서는 '딱딱딱' 소리가 난 뒤 A씨가 "어떻게 됐어? 돌아오잖아. 꼭 이렇게 말해야 돼?"라며 목소리를 높인 상황도 담겼다.
46분쯤에는 "내가 먼저 인사를 했더니 상대가 나한테 칭찬을 했네. 그치?"라며 평시처럼 교육을 하다가, 몇 분 뒤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라고 굳은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A씨 측은 "억양을 들으면 알곘지만 수업에 집중하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취지는 그런 차원이 맞는다"라면서도 "(법정에) 많은 분들이 계셔서 말하긴 어렵지만, 법리적인 걸 떠나서 듣는 부모 입장에선 속상할법한 표현이긴 하다"라고 했다.
녹취록 2시간 20분쯤에는 교육을 받던 주군이 소리를 지르자 A씨가 나무라는 상황도 담겼다. 녹취록 속 주군은 단어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A씨는 "야, 너가 왜 여기만 있는줄 알어? 학교에 와서?"라며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이어 "못 가. 못간다고. 읽으라고"라고 나무란다. A씨 측은 "피해아동이 갑자기 A씨의 팔을 잡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이전의 사건 때문에) 아이에게 분리조치 돼있는 상황을 환기시켜준 것"이라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검찰은 "피해아동이 잘 따라서 읽는데도 수업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 나왔다"며 아동학대를 재차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선 약 4시간 분량의 녹취록 중 2시간 30분가량이 재생됐다. 녹취록이 재생되는 동안 A씨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다. 녹취록에서 A씨의 언성이 높아진 부분에선 일부 방청객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12월 1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