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인질·수감자 2차 맞교환…'위태로운 휴전'

하마스, 이스라엘인 13명 포함 인질 17명 풀어줘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 석방
이스라엘군 수장 "일시휴전 종료 즉시 공격 재개"
가족 남겨둔 채 석방된 인질들…"마음 찢어진다"
이스라엘선 "공격보다 인질 송환 우선해야" 집회도

풀려나는 이스라엘 인질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인질‧수감자 2차 맞교환이 주변국 중재 속에서 진통 끝에 이뤄졌다. 다만 이스라엘은 일시 휴전 상황이 끝나는 대로 가자지구 공격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일시 휴전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인 13명을 포함한 인질 17명을 풀어줬다. 풀려난 13명의 이스라엘인 인질 가운데 6명은 여성이며, 7명은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4명의 인질들은 태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도 두 곳의 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을 맞교환 격으로 석방했다. 6명은 여성, 33명은 미성년자다. 이들 중에는 폭탄 공격으로 이스라엘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로 2015년부터 수감됐던 이스라 자비스(38)와, 2016년 이스라엘 군인에게 공격을 시도한 혐의로 수감된 누르한 아와드(34)도 포함됐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이날 수천 명이 인질들과 연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모였으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도 수감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축하 행사가 열렸다. 앞서 휴전 첫날 1차 맞교환 때는 하마스에서 이스라엘인 13명을 포함한 인질 24명을 풀어줬고, 이스라엘에선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을 석방했다.
 
2차 맞교환은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하마스가 연기를 발표해 진통을 겪었다. 이에 카타르와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설득을 위해 나섰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위해 카타르 지도부와 통화하기도 했다. 다른 고위 당국자들도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와 접촉했다. 결국 주변국들의 중재 노력으로 6시간 만에 인질 인도 절차가 이뤄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하마스가 인질 50명을 풀어주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24일 오전 7시를 기해 나흘간의 일시 휴전에 돌입했다. 양측은 휴전 합의 기간인 28일 오전 7시까지 남은 인질과 수감자들을 차례로 석방할 전망이며, 그 후에도 추가로 풀려나는 인질 규모에 따라 휴전 기간이 연장될 여지도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은 같은 날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돌려보내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와 일시 휴전이 종료되는 즉시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하마스가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240명 가운데 일단 50명의 이스라엘 인질에 대해서만 석방 약속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추가 석방을 압박하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다만 2차 맞교환도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 재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어린이. 연합뉴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시민 수천 명은 이날 텔아비브의 군사령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가 군사 행동 재개보다 인질 송환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참석자는 "하마스가 파괴되지 않더라도 (인질) 모두가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풀려난 인질들 중에는 여전히 가족이 하마스 쪽에 포로로 잡혀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이스라엘 남부 음악축제에서 18살 남동생과 함께 하마스에 납치된 마야 레게브(21)는 이번 2차 맞교환 때 풀려났으나, 남동생은 그러지 못했다. 마야 레게브의 어머니 미트리 레게브는 로이터통신에 "내 아들 이타이가 아직 가자지구 하마스에 포로로 잡혀 있기 때문에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 자택에서 납치됐던 힐라 로템(13)도 이번에 풀려났지만, 여전히 감금 상태인 어머니 라야 로템(54)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지역 친구 집에서 잠을 자다가 하마스에게 끌려갔던 9살 소녀 에밀리 핸드도 49일 만에 아버지 토머스 핸드 품으로 돌아왔다. 토머스는 당초 이스라엘 관리들로부터 딸 에밀리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적어도 딸이 하마스의 손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언론에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에밀리의 생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석방까지 이어지자 토머스는 BBC에 "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가족은 "에밀리를 다시 포옹하게 돼 매우 기쁘지만 동시에 라야 로템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인질들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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