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증권사 전수조사

내년 만기도래 수조원 손실 현실화
불완전판매 여부 집중 검사

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에 연계된 파생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금융당국이 긴급 실태 조사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 H지수의 큰 변동성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수익률 기준 지표)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최근 수년간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개별 종목이 주가와 연계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인데, 통상 출시 후 1~3년이 지나면 만기일이 도래한다.

홍콩 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반전해 24일에는 6075.65까지 떨어졌다.

금감원 은행조사1국은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 다음 달 1일까지 10영업일에 걸쳐 현장검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정기 검사 과정에서 해당 부분을 조사중이고, 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판매 은행들도 금감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전망위 조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입자의 수 조원대 손실이 내년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운데 약 8조4100억원어치(11월 17일 기준)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

해당 ELS에는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이 모두 포함됐다.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상반기에만 8조원의 40% 이상인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의 해당 상품 판매 잔액(약 3조5000억원)은 은행보다 적지만,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은행권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H지수 연계 파생상품 위기는 중국 경제의 침체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 단계에서부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자료와 정황을 수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LS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인데 단순히 '시중금리+α'를 기대할 수 있는 예금 상품처럼 수조원대가 판매된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민원과 분쟁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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