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아닌 위성발사인데 규탄 받는 이유는?[노컷체크]

국제사회, '위성'으로 판단…만리경1호에 위성번호 부여
유엔안보리 결의에도 북,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 위성 발사
위성 발사 통해 얻은 기술 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우려
'미사일과 위성' 발사 기술 비슷…궤적과 연료는 차이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누리호엔 박수, 천리마호는 규탄, 왜?> 이런 주제를 갖고 오셨네요.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개발해서 발사한 위성발사용 로켓이고, 천리마호는 이번에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했던 로켓이잖아요.
 
◆선정수> 네 맞습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것인데요. 일각에선 탄도미사일이나 위성발사로켓이나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건데 왜 북한 발사에만 제재를 가하는 것이냐는 물음이 제기됩니다.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조태임> 북한이 위성 발사한다고 할 때마다 실패했다고 전해지거나, 위성이 아니고 미사일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이번은 어떻습니까?
 
◆선정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우방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제사회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22일 "북한은 우리 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 어떤 식으로든 우주 궤도에는 진입했지만 제대로 원하는 지역과 장소를 타겟해서 사진을 전송받고 또 정보로 활용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것을 '위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UN도 사무총장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군사위성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발사한 것을 '위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우주군은 북한이 발사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위성번호(58400)와 식별번호(2023-179A)를 부여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미국 우주군의 데이터에 기반한 위성 추적 사이트인 스페이스 트랙에서도 만리경 1호의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조태임> 그렇다면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아닌데 왜 국제사회는 규탄과 함께 강력한 제재를 이야기하고 있나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선정수> 우리도 지난해와 올해 누리호 2~3차 발사를 성공시키면서 자체 기술로 만든 로켓을 이용해 우주로 위성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로켓을 쏴서 우주로 위성을 보내는 것은 괜찮고 북한은 그러면 안 되는 걸까요?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요. UN 사무총장 대변인의 성명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또다른 군사위성을 발사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점'이 규탄의 대상이 된 겁니다. 북한은 2006년 첫번째 핵실험 이후 여러차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핵확산을 우려하는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제하려고 했습니다. 2006년 10월 14일 유엔안보리는 결의 1718호를 채택합니다.

여기엔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더 이상의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수행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중지하고 미사일 발사에 관한 기존의 유예조치를 재이행할 것을 결정한다"고 결의했습니다. 이후 유엔안보리는 여러차례 관련 결의를 내놨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되풀이됐습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은 안보리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이 무기거래로 얻는 소득을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결의안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더 이상의 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번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고 따라서 안보리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조태임> 위성 발사와 미사일 발사는 굉장히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요. 많이 다릅니까?
 
◆선정수> 위성발사와 미사일 발사는 본질적으로 굉장히 유사합니다. 기술의 본질은 발사체에 무거운 물체인 위성 또는 탄두를 얹어 멀리까지 날려 보내는 거죠.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인류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발사 기술을 사용합니다. 로켓 엔진이죠.

지구 궤도에 위성을 올려놔야 하는 것과 공격 대상 지점에 정확히 탄두를 떨어뜨려야 하는 점도 비슷하죠. 굉장히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자세제어 기술, 항법 기술 등 고난도의 미션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위성이든 탄두든 배달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체기술로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몇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이후 세계 7번째로 자체 능력으로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나라라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북한의 위성발사가 최종 성공으로 확인이 되면 세계 8번째 나라가 되겠죠.
 
지난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처음으로 실용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조태임> 발사 로켓에 위성을 얹으면 위성발사체가 되고 탄두를 얹으면 탄도 미사일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언론 보도도 있고요. 
 
◆선정수>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궤적과 연료입니다. 자세 제어 등 비행기술은 동일하다고 보면 됩니다. 우주개발이라는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위성발사 로켓은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준비시간이 길지만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액체 연료를 사용합니다. 연료주입부터 발사까지 카운트다운을 했던 누리호 발사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반면 적에게 노출되지 않고 발사해야 하는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언제라도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적진을 향해 날아올라야 하기 때문이죠. 고체연료는 이미 연료가 로켓 안에 들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료 주입 등 준비시간이 필요 없습니다.

궤적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탄도미사일은 탄두를 실은 로켓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목표지점으로 낙하하는 과정에서 대기권을 다시 뚫고 들어와야 합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인데요. 엄청난 열에 견뎌야 하고 탄두를 원하는 지점에 낙하시킬 수 있는 정밀 유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위성 발사에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지 않죠. 위성의 최대 고도는 400~600km 정도의 분포를 보이지만 탄도미사일은 1000km 이상의 최대고도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조태임>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게 위성이 맞다면 국제사회가 제재를 하는 이유는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됐다는 것일 텐데요…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재하는 이유는 뭔가요?
 
◆선정수> 위성발사와 탄도미사일은 세부적으로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무거운 물체를 대기권 바깥으로 보내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따라서 위성발사 과정에서 습득한 발사체 기술을 탄도미사일에 적용하는 것은 지극히 실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2016년 국가미래연구원 뉴스인사이트에 <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체, 어떻게 다른가?>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에서 장 교수는 "로켓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위성발사체 기술은 탄도미사일 기술과 가역성이 있으며 공유가 가능하다"고 언급합니다.

결국 국제사회가 북한의 위성발사를 규탄하고 규제하는 것은 북한이 위성발사체 개발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핵투발 수단인 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우려 때문입니다. 북한은 여러차례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탄두를 제조해 보유하고 있는 걸로 평가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 핵탄두를 실어 보낼 탄도미사일 기술을 고도화돼 국제사회의 실질적 위험으로 부각되는 걸 우려하는 겁니다.
 
◇조태임> 우리나라는 자체 능력으로 위성을 발사했고 발사할 기술을 갖고 있지만 핵실험을 한 적도 없고, 핵탄두를 보유한 적도 없으니 국제사회의 우려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 이런 말이겠네요.
 
◆선정수> 그렇습니다. 다만, 순수하게 평화적 용도의 위성발사체 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장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고체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M-V 저궤도 위성발사체와 액체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H-2A/B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능력의 추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또 "일본은 소행성 탐사 및 각종 비행체 근접, 랑데부 및 도킹시험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기술인 지구 대기권 재진입기술을 획득하고 검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태임> 북한의 위성발사 이후에 우리나라는 9.19 군사합의를 정지시킨다고 했고, 북한은 이걸 파기하겠다고 했어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선정수> 우리나라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접경지역 북한군 도발 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까지 발사하여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이전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공중 감시·정찰활동을 복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한술 더 떠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23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이 합의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국방성은 23일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꼬일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악화한 남북 관계가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선 이런 걱정도 있다며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고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의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당에선 "뜬금없는 북풍 음모론"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외 상황은 악화되는데 정치권은 해법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조태임> 네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유튜브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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