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이 국내 만화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데는 불과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만화가 불량하고 불온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까지는 만화인들의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만화가 본격 오락 서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1960~70년대는 하급 문화이자 공부에 방해되는 불량 서적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일본 만화를 베끼거나 조악한 만화들이 이 같은 비난을 받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만화가 박기정은 한국 만화의 생태계를 바꾸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만화가협회를 결성해 불량만화 척결 자정 운동을 벌였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출판사들에 항거하기도 했다. 이후 80~90년대 독고탁, 까치, 둘리, 하니와 같은 한국 만화 캐릭터들이 탄생하고 다양한 만화 장르, 만화 시장의 중흥기를 견인했다.
1938년 만주 용정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서울 경복고를 졸업한 그는 1956년 중앙일보에 네컷 만화 '공수재'를 연재하며 데뷔했다. 그해 장편 '별의 노래'를 출간하며 본격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60년대 주요 신문에 연재하거나 '도전자' '폭탄아' '가고파' '은하수' '들장미' 등 100여 편의 장편 만화를 발표했다. 캐릭터 '훈이'도 탄생했다. 197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만평을 그리며 시사 만화가 인생도 보냈다. 1999년 문광부 장관 공로상, 2004년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우정 김마정 이두호 최덕규 박흥용 등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문하생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박부성 이상무 등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우수만화 복간사업인 한국만화걸작선을 통해 박기정의 '도전자'(2006), '폭탄아'(2016), '동창생'(2022) 등이 복간된 바 있다.
한국 만화계의 별이었던 박기정은 2022년 10월 18일 85세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원한 도전자 박기정'이 최근 출간됐다. 만화연구가이자 평론가인 장상용이 우리나라 만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만화가 박기정의 삶과 만화 세계를 조명한 전기다.
장상용 지음 | 늘봄 | 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