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군의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대응해서 오늘 아침 북한도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김형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외교 국방 담당 기자라 사흘째 출연 중이고 그제는 잠도 못 잤다고 했는데 어제는 좀 잤습니까?
[기자]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따 설명드리겠지만 한밤중에 또 미사일을 쏘는 바람에.
아무튼 전해드린 대로 북한 국방성이 오늘 성명을 내서 9.19 군사합의에 대해 사실상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한 건 파기가 아니예요. 일부에 대한 효력 정지입니다. 1조 3항에 대한 것만요. 그런데 북한은 우리가 파기를 했다고 주장을 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발표를 했어요.
단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서 북한이 사실상 무효화를 선언한 건 맞는데 공식적으로 파기되려면 남북이 합의해야 된다면서 파기됐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근데 남북 양쪽이 다 일부 효력 정지, 무효화 했는데 공식 파기는 아니다? 이런 말이 사실 약간 말장난 같기도 해요. 저희가 웃으면서 시작하긴 했는데 상당히 엄중한 상황이잖아요. 실질적으로 어떻게 현장이 달라지게 될까요?
말씀드렸듯이 9.19 합의에는 비행금지구역과 함께 군사분계선 근처의 지상과 북방한계선, NLL 근처의 바다에서 포 사격을 안 하기로 합의한 구역이 있어요.
북한 국방성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군사적 조치를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보다 강력한 무력을 전진배치하겠다, 이게 뭔가요?
[기자]
그전에 일대에 배치하고 있던 무기들에서 조금 더 발전해 나갔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북한에서 방사포라 부르는 다연장로켓 신형이라든지, 대공미사일, 혹은 지난해 말 화제가 됐던 무인기 등을 예상할 수 있겠죠.
다만 북한이 몇 년 전부터 활발히 공개하던 수백킬로미터 잘 날아가는 미사일들 있잖아요. 이건 아닐 것 같은 게 이유가 좀 씁쓸한 이유입니다. 군사분계선에서 서울이 50km밖에 안 떨어져 있습니다.
[앵커]
전진배치할 필요가 애초에 없다?
[기자]
네, 그런 거 없어도 우리를 타격하긴 충분합니다. 굳이 노출시킬 필요가 없고요.
그전에 하던 걸로는 확성기 방송도 있기는 있어요. 근데 사실 이거는 9.19 군사합의로 안 하기로 한 게 아니라 판문점 선언을 통해서 안 하기로 한 거거든요. 북한 성명에 판문점 선언을 무효화한단 얘긴 없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로 우리 쪽 확성기가 출력이 더 셉니다. 그럼 북한이 손해입니다. 우리는 북한 방송 들어도 장병들이 별로 영향이 없잖아요. 북한군이 우리 방송 들으면 탈북하고 싶어집니다.
또 9.19 합의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무장화했는데 지금 그래서 거기 지키는 경비병들은 권총이 없어요. 다시 권총을 지급하거나 혹은 무장 병력을 들여보낼 수 있지만, 이건 이거대로 문제가 있는 게 이 지역은 우리가 관할하는 게 아니라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합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실행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북한에서 맞대응이 바로 나온 상황인데, 우리 정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강한 규탄에 나섰습니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입니다.
"북한이 국방성 성명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거듭 엄중히 경고합니다."
또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놨는데요, 어제 국방부가 밝힌 것처럼 북한의 합의 위반과 핵·미사일 위협 그리고 각종 도발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한 방어조치라고 했고요.
그러면서 북한이 군사분계선 지역 등에서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압도적이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오늘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대량응징보복체계 KMPR, 다시 말해 김정은을 제거하는 현무 탄도미사일 운용부대를 찾았습니다.
박 총장은 "적 도발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작전현장 중심의 강한 교육훈련과 작전 실행력 제고에 만전을 기하라"면서도 "장비 운용 요원과 근무 요원들의 대비태세는 유지하되 휴식여건도 적절히 보장하여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는데, 대기할 땐 대기하더라도 돌아가면서 잘 쉬어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바꿔 말하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되고요.
[앵커]
아니 근데, 뭐가 됐든 지금 상당히 엄중하고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져요, 이 상황이. 5년 동안은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건데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거잖아요?
[기자]
물론입니다. 9.19 합의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군사분계선 근처 포 사격인데,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고요. 그게 지상이든 바다든. 그러면 우리도 대응에 나서려고 군사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북한이 또 이걸 교묘하게 이용할 수가 있단 말이죠.
실제로 어젯밤 북한이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또 밤 11시쯤이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잠 못 잤다는 거죠?
[기자]
네,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기 전에 폭발해서 레이더에는 잘 안 잡혔대요. 그래서 정확히 뭔지는 알기가 어려운데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전보다 이런 활동들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겠죠. 그만큼 우리 군의 피로도도 더 늘어나게 될 거고요.
[앵커]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어제 저희 뉴스에서는 이번 북한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건 확인이 됐는데 완전히 성공한 건지는 증거가 없다, 요 정도 전해드렸거든요.
오늘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추가로 확인한 내용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장 취재한 백담 기자 리포트로 듣고, 김형준 기자와 이야기 좀 더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오늘 오전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성공적이었고 궤도에 정상 진입했다고 전했습니다.
여당 간사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입니다.
"정찰위성의 발사가 성공적이었고,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번 북한의 발사 성공을 두고 지난 북러회담 이후 우방국인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회담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발사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북한의 1·2차 발사 당시 실패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를 러시아가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국정원은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다만 올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으면서도 내년이 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CBS 뉴스 백담입니다.
[앵커]
궤도에 진입한 건 확인이 됐다, 국정원 보고로도 이 내용을 지금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것만 가지고 완전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단 부분도 어제 김형준 기자가 전해 주셨잖아요. 그게 인공위성의 역량에 대한 부분일 텐데 그 부분도 좀 더 이어가 주시죠.
[기자]
일단 뭐 궤도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자면 미 우주군과 국제우주연구위원회가 오늘 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번호를 부여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미 우주군과 국제우주연구위원회가 공중에 떠 있는 모든 위성에 대해서 다 번호를 붙여가지고 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거든요. 보니까 주기가 94.67분이라 하더라고요. 주기라는 게 쉽게 말해서 위성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94.67분, 그러니까 한 시간 반에 한 번씩 돈다는 얘기고요.
타원형 궤도에, 원래 있던 자리로 하루에 한 2-4번 정도 온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말씀을 들어 보니까 이 정도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다만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북한이 괌을 촬영했다고 주장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1차 발사 때 수거한 잔해물을 분석해 봤잖아요. 그 때 정찰위성으로서 효용성이 있는 서브미터, 그러니까 가로세로 1m 이하 물체를 점 1개로 식별할 수 있는 그런 성능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했잖아요?
문제는 국정원의 분석에 의하면 새 인공위성 발전에 한 3년이 걸린답니다. 보통 그 정도 걸린대요. 그러니까 괌을 촬영했다는 그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역량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앵커]
거짓말일 가능성도 좀 높아 보인다?
어느 정도나 발전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는 건데, 뭐 북한이 12월 1일부터 정찰임무에 투입한다고 했잖아요. 그 전까지 조정 작업 한다고 했으니까 사진 공개하면 정확히 알 수 있겠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어저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방송에서 북한 주장이 과장됐다고 얘기를 했어요. 근데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왜냐면 태양전지판을 펼쳐서 시험 촬영을 해 보고, 북한 위성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막 정밀한 위성이 아니예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정밀하고 기능이 많으니까 한두달씩 걸린대요, 이 조정하는 것만. 그런데 그게 아니라 북한 정도면 며칠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오히려 정밀하지 않으니까?
[기자]
네, 막 쓰는 거니까.
그밖에 국제사회에 통보한 시각보다 왜 빨리 발사했냐, 라는 의문에 대해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긴 한데 국정원이 최적의 기상 조건에 맞추려고 조기 발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답변했다고 합니다.
날씨가 가장 좋았던 시각이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사이였대요.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이 날아가는 궤도 측면에서도 그 시간이 가장 적합했다는 판단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