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밤은 내가 가질게'·이주혜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문학동네 제공

2023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을 비롯해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 등을 수록한 안보윤의 세번째 소설집 '밤은 내가 가질게'가 출간됐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에서 안 작가는 일상이 파괴될 만큼 커다란 고통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다음 삶으로 이행해가는지 그 행로를 좇는다.

사이비종교 집단에 더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않음에도 남아 있기를 선택한 신도(어떤 진심), 범죄자인 오빠 때문에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동생(완전한 사과), 돌봄방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엄마를 위해 정작 자신이 받은 학대를 묻어두고 대신 합의를 진행해야 하는 딸(미도) 등 안보윤의 인물들은 모두 막다른 길에서 스스로 마음을 가늠하며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선과 악으로 이분할 수 없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따라가며 이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진심을 이야기 한다.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76쪽



창비 제공

소설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창비·2022)로 '엄정한 사유와 섬세히 벼린 언어로 우리 사회의 유별난 젠더 불평등과 그 불감증의 벽을 깊숙이 가르고 지나갔다'는 호평을 받으며 2023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주혜가 두번째 장편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펴냈다.

소설은 한 여자가 눈앞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헤쳐나갈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하며 시작한다. 원체험(原體驗)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을 돌아보고 다시 쓰며 내면 깊숙이 자리잡은 상처를 드러내 그것과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기품 있는 언어로 그려진다.

영영 이별하고 싶던 기억을 직면함으로써 삶에 분분하게 자리했던 고통과 기쁨을 모두 껴안으려는 산 사람의 절실한 시도가 눈에 띈다.

소설의 1부에서 4부에 걸쳐 이어지는 일기는 화자 '시옷'의 어린 몸과 마음에 날카롭게 새겨진 아픔을 강렬하면서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진술한다.

40년이 넘게 지나도 옅어지지 않는 기억을 세밀한 필치로 절실히 기록하려는 '나'의 노력과 현실을 돌파하려는 의지, 글방 동료들끼리 나누는 거칠고 솔직한 대화와 모종의 우정은 이 소설의 또다른 매력이다.

이주혜 지음 | 창비 |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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