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이들을 꼬드겨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개통된 휴대전화 단말기를 장물업자에게 넘겨 해외로 반출한 불법 사금융 범죄조직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가입·활동죄, 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불법사금융 범죄조직원 등 57명을 검거하고, 이중 총책 A(28)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대출 희망자들 명의로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를 이동통신사에서 24~36개월 약정 할부로 개통한 뒤, 장물업자를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해외로 유통하는 내구제대출(휴대폰깡)을 취급한 혐의를 받는다.
내구제대출은 인터넷 광고 등으로 대출 희망자를 모집해 고가의 최신형 휴대전화를 할부 구매하는 조건으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신규 개통하게 한 뒤, 대출 희망자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 단말기만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불법사금융을 말한다.
경찰은 지난 4월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전화 금융사기 범죄에 이용된 불법유심의 개통·유통 과정을 살펴보다가 A씨가 운영하는 내구제대출 조직의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내구제 대출업체 직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주변 지인들을 포섭해 범행을 실행했다. 그는 유통업체 8곳, 이동전화 판매점 2곳, 콜센터 2곳, 합숙소 1곳을 각각 개설하고, 실장 B씨를 통해 상담원 4명, 배송기사 15명을 모집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일당은 콜센터 상담원들을 통해 취득한 대출 희망자들의 개인 정보로 최신 휴대전화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고, 대출 희망자들에게 40~100만 원을 지급한 뒤 휴대전화 단말기는 장물업자에게 판매했다.
이 수법으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총 461대, 범행에 이용된 휴대전화 명의자는 297명, 피해 금액은 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8억 4천만 원 상당에 달한다. 일부 명의자들이 할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구제 대출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도적 금융기관을 통해서는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불법 사금융 범죄수법"이라며 "향후에도 이 사건과 같은 내구제 대출을 포함해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