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한영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로써 양국 관계는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방, 경제, 미래 협력 등을 망라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도약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에서 "양국이 그야말로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이라든지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며 "한국과 영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함께 기대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수낵 총리는 "양국은 방위산업, 안보, 기술,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깊이 협력하고 있다"며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선을 위한 재협상의 시작으로 인해 민간 협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을 골자로 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정상회담이 열린 총리 관저의 별칭(10 Downing Street)에서 따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의 격상이다. 이로써 양국 관계는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방, 경제, 미래 협력 등에서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게 됐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합의문에서 '다우닝가 합의'에 대해 "양 국가, 경제 및 국민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국제 분쟁 해법 등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모든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 불가결임을 확인',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서 민간인 보호·인도적 지원·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국방협력 MOU(업무협약) 추진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사이버안보 분야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방산 공동수출 MOU 체결 등이 이뤄졌다.
특히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과 관련 양국 정상은 "대한민국과 영국이 직면하는 전 영역의 사이버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서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며 "사이버 영역에서 양국의 활기차고 현대적인 관계의 잠재력을 더욱 심화하며 실현하는 게 전략적 방향"이라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 과학기술은 △디지털 파트너십,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우주 협력 MOU 체결 △양자기술, 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 AI 분야 협력 확대 등이 포함됐다.
무역·투자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선언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 설치 △한·영 상호 투자 협력 채널 구축 △한·영 공급망 대회 개최 △한·영 세관상호지원협정 체결 등에 서명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미래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해상풍력 MOU 체결 △원전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등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한 목소리로 규탄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규탄하고 공동 대처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한 조치로 5년 전의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를 효력 정지해 북한에 대한 전방의 감시와 정찰 활동을 재개했다"며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설치키로 한 한영 국방·외교 장관급 2+2 협력체계를 통해 정보 공유와 안보 공조를 강화해나가자고 밝혔다.
한편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은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당수를 접견해 "한영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양국 간 협력이 크게 확대하도록 영국 의회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스타머 당수는 최근 활발해지는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 우려를 전하며 "어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대남 도발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입장과 대응을 강력히 지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