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산타랠리' 기대감 커지지만…"12월 파월의 입 주목해야"

美연준 2연속 금리 동결…물가상승률도 둔화
여러 대외 악재 둘러싼 투자심리도 안정 기류
'증시 훈풍' 지속 기대감도 커졌지만…
"12월 FOMC서 시장 긴장 불어넣을 수도"
"금리긴장 이후엔 불경기 리스크…낙관 어려워"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종료됐다는 시장 관측과 맞물려 연말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탈환하는 등 시장에 훈풍이 부는 기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심은 금물'이라는 취지의 조언도 나온다. 여전히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느슨해진 시장에 다시 긴장을 불어넣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 공포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 가능성 등 각종 대외 악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달 2300선 아래로 내려갔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회복세를 이어온 결과 21일엔 약 2개월 만에 2510선 위에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299.08로 장을 마치며 9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던 지난달 26일 이후 2510.42까지 올라온 이달 21일까지 18거래일 동안 지수 상승폭은 9.2%에 달한다. 해당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1275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10월 초부터 그달 26일까지 외국인이 2조1704억 원 어치를 팔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흐름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이런 증시 훈풍의 배경으로는 국내적으로 공매도 중단 조치에 따른 쇼트커버링도 거론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진 못했으며 오히려 투자 심리를 짓눌러온 다양한 대외 변수들을 둘러싼 불안 심리가 안정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1월 초 기준금리를 2연속 동결한 연준의 FOMC 결과에 이어 물가 상승률 둔화 등 긴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각종 지표 발표가 뒤따른 게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로, 시장 예상치(3.3%)를 밑돌았다. 이 수치는 6월에 3.0%까지 낮아졌다가 8~9월 3.7%로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이번에 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도가 높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정할 때 주시하는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4.0%로,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의 가장 큰 명분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올해 7월까지 이어져 온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으며, 내년 금리 인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급속도로 번졌다.
 
실제로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2일 현재 연준이 올해 마지막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99.8%에 달했다. 내년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는 한 달 전만 해도 6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이제는 5월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29.45%로, 한 달 전(13.01%)보다 크게 늘었다.
 
류영주 기자

시장의 '금리 긴장'이 풀린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6선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이달 들어 103선으로 내려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종가 기준 이달 1일 1357.3원에서 21일 1289.2원까지 60원 넘게 수직 낙하했다. 지난달 연 5.0%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21일(현지시간) 4.39%까지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15일에는 미국의 내년도 임시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피했고,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참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전 가능성도 표면적으론 전에 비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단시간에 투자 환경을 둘러싼 기류가 반전되면서 연말 국내외 증시 강세가 지속되는 산타랠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를 억눌러왔던 불확실성 변수, 리스크들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채권 금리, 달러 가치 하향 안정세를 바탕으로 코스피는 물론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코스피 지수는 연내 2600선을 향하는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방향성은 명확해졌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엔 위험 변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12월 예정된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조정될 수 있다"며 "연준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있기에 메시지가 9월처럼 상당히 매파적(긴축선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준은 지난 9월 FOMC에서 '내년에도 5%를 웃도는 기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내용의 위원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공개했고, 파월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시장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바 있다. 정 위원은 또 "만약 메시지가 무난하게 나온다면 연말 랠리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간 뒤에는 시장의 관점이 금리에서 '경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는 시장 예상도 내년 상반기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연말 랠리가 있다고 해도 경기 부담이 뒤따를 것이기에 내년 초 시장은 불안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연구원도 통화에서 "과거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보는 시장의 기대를 깬 게 9월 FOMC였다. 여전히 연준이 원하는 만큼의 긴축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채권 금리가 너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 (9월 FOMC 때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미국 채권 금리 하락은 단순히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는 걸 넘어 실물 경제 침체 가능성까지 반영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그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주가도 실적이 깨지면서 같이 빠지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준이 한국시간으로 22일 새벽 공개한 11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는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개될 위험성을 여전히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준의 물가 우려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 시장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섣부른 측면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간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하락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0.05% 소폭 오른 2511.70으로 마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11.3원 급등해 1300.5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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