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 중세 이슬람 문명 황금기의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미지수 x'를 고안한 당대 최고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의학자, 철학자였던 오마르 하이얌의 삶과 800년을 넘어 뛰어 19세기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킨 그의 시집 '루바이야트'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의 역사소설 '사마르칸트'가 출간됐다.
오마르 하이얌은 11세기 페르시아 도시 니샤푸르에서 태어났다. 당대에 하이얌은 이항정리를 증명한 수학자이자 3차 방정식의 기하학적 해법을 제시하고, 현대 페르시아력의 기반이 된 태양력을 발명한 천문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시인이기도 했던 그의 작품들은 그런 명성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저자는 역사적 배경에 상상력을 덧붙여 베일에 싸인 천재 수학자 이면의 자유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삶을 재현한다.
1912년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여객선 타이타닉호와 함께 시집 '루비이야트'의 1911년 판본이 가라앉았다. 자수정, 루비, 에메랄드 등 1천 개 넘는 보석으로 장식된 이 판본의 당시 가격은 현재 가치로 약 1억원에 달했다.
19세기 영국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루비이야트'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페르시아 문학이 서방에 전파된 계기가 된다. 이 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의 가사에도 여러 번 인용될 정도로 세계 지식인들에게 영감을 줬다.
'루바이야트'는 루바이(4행시)의 복수형이다. 이 시형은 10세기쯤부터 많은 시인이 택하고 있었으나 오마르 하이얌이 조명되며 그의 작품을 뜻하는 대명사적 의미로 사용돼 왔다. 7세기가 지나 영국 시인 피츠제럴드는 친구로부터 하이얌의 루바이가 적힌 필사본을 선물받는다. 그는 약 600년 전의 이 '쾌락주의적 불신자' 하이얌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의 루바이들을 번안해 '루바이야트'라는 이름으로 출간한다. 피츠제럴드의 뛰어난 문학적 창작력이 번안에 더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저자는 '루비이야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계기부터 이 시집이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었던 경위를 수 세기에 걸친 여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1072년 여름, 스물네 살 청년 오마르는 3주간의 고된 여정 끝에 '천국'이라 불리는 페르시아의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 신비한 여정은 시작된다.
아민 말루프 지음 |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4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