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와 설리번 이야기, 무장애 음악극으로 본다

헬렌 켈러 역 정지혜, 앤 설리번 역 한송희(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헬렌 켈러(이하 헬렌)와 그의 스승 '앤 설리번(이하 애니)의 실화를 다룬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가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나고 자란 환경, 장애의 양상마저 다른 헬렌과 애니가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과정을 두 마리 낙타에 빗대 그려낸다.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과 8살에 시력을 잃고 여러 아픔을 극복해낸 애니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단순히 헬렌이 애니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위로가 되어주며 나아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이들의 모습은 극단적인 사막의 더위에 서로에게 기대 체온을 내리는 낙타들과 닮아 있다. 작품은 각자의 아픔을 받아들인 두 사람이 서로 연대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용기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한다.

연출은 이기쁨(창작집단 LAS 대표)이 맡았다. 이 연출은 헬렌과 애니의 일대기에서 헬렌의 역경보다 두 사람의 우정에 주목했다. 또한 헬렌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스승 애니의 시선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그는 "장애의 유무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연대하는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무대는 인물의 관계와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도록 구성됐다. 하얗게 칠해진 무대에 놓인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은 특정 인물이 되기도 하고, 인물간의 거리감이나 장애물, 극복 대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판은 헬렌이 다가가고자 하는 세상을 상징하는데 극의 흐름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며 인물의 변화를 드러낸다.

영상과 자막에서도 감정‧어감 등의 미묘한 차이를 담아내 극적 몰입을 더한다. 수어와 촉지화(수어의 일부로서 손가락으로 글자를 표현하는 방법인 지화를 시청각장애인이 손으로 만져 뜻을 파악하는 방법) 등을 활용한 안무 또한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음악적으로는 저음을 강조하는 우퍼 스피커로 음향의 진동을 전달해 관객의 공감각적인 확장을 이끈다.

단 두 명의 배우가 애니와 헬렌, 주변 인물을 연기하고 노래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하는 한송희가 애니, 배우이자 소리꾼인 정지혜가 헬렌을 연기한다. 정지혜는 소리를 짜는 작창도 직접 맡는다. 음악극으로 꾸며지는 만큼 타악‧전자음악‧마림바‧고수까지 4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함께 오른다.

무장애 공연으로 진행되는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3명의 전문 수어 통역사가 배우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대사를 전한다. 음성안내 수신기를 통해 실시간 음성 해설도 제공한다.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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