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북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41년 만에 드디어 '첫 삽'을 떳다.
강원특별자치도는 20일 오후 2시 오색삭도 하부정류장 예정부지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착공식을 개최했다. 다만 아직 시공사 선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본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착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진태 지사를 비롯해 유관 기관단체장,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착공식에서는 김진하 양양군수가 직접 나서 지난 1982년 최초 사업계획 수립 이후 41년 동안의 추진과정을 설명했으며, 이어 착공을 기념하는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착공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지난 대선 당시 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관광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사업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의 관광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색케이블카는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강원도와 양양군은 약속한 환경 대책을 충실히 이행해 환경의 보전과 개발에 대한 훌륭한 상생 모델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강원도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산양 서식지와 아고산대 식물 등 자연 및 생태환경에 대한 영향을 촘촘하게 조사하고 꼼꼼하게 대책을 수립해 올해 2월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했다. 이후 조기 착공을 위해 10개 중앙부처(기관) 등과 4개 분야(재정, 산지, 건설, 공원사업) 14개에 걸친 개별 법령 인·허가를 동시다발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한 결과 조기 착공을 가능케 했다.
지난 2015년 최초 설계 시 사업비는 587억 원이었으나 지방재정투자심사를 위한 재설계 시 물가 상승 등으로 1172억 원까지 증액됐다. 도는 국비를 지원받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등 절차와 시간이 소요 될 것으로 예상돼 지방재정만으로 조기 준공해 연간 약 1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혁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며 김진태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오는 2025년 말까지 공사를 진행해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시험 운행을 거쳐 2026년 초 상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설악산 절경과 함께 동해바다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산을 오를 엄두를 못 내던 노약자와 장애인 등도 설악산 비경을 감상할 수 있어 단풍철 뿐만아니라 사계절 많은 행락객들이 설악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도 기대된다.
정준화 양양친환경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40년 동안 바라던 사업이 이제 착공한 주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고 감격해하고 있다"며 "케이블카로 인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앞으로 환경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친환경적이고 세계적인 명품 케이블카를 만드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지사는 "41년 동안 8번의 삭발 투쟁, 3번의 행정심판, 4번의 행정소송 등 정말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며 "대한민국의 보배 설악산은 우리 강원도가 그 누구보다 앞장서 보존하겠다.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오색케이블카가 만들어 내는 설악의 비경과 동해의 풍광을 마음껏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은 오색케이블카 하부정류장 예정부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끝까지 케이블카를 막아낼 것"이라며 케이블카 취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설악산케이블카 설치는 국립공원의 명백한 환경적 재앙임에 더해 양양군민과 강원도민에게 경제적 재앙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며 "오늘 11월 20일은 국립공원 최악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환경과 경제를 파괴하며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케이블카 사업을 양양군이 추진하게 놓아둘 수 없어 사업 허가 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