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수수 의혹 사건에서 사업가로부터 국회의원들에게 뿌릴 선거자금을 받아 윤관석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은 "이정근 또는 강래구의 부탁으로 돈을 전달했다"며 "돈을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 등은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열린 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역시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그해 4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위원과 함께 6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만들고 의원들에게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6천만 원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0만 원씩 봉투 10개에 담겨 의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박씨는 이날 공판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과 강래구 전 위원이 요구해서 봉투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증인은 이정근 전 부총장을 통해서 윤관석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는데, 이 방식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이정근 전 부총장 또는 강래구 전 위원이 '300만 원씩 10개가 필요하니, 준비 좀 해달라'라고 말해서 전달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3천만 원이 전달된 이후 추가적으로 다시 3천만 원이 뿌려진 것에 대해선 "이 전 부총장과 통화 중에 '1차와 똑같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같은 금액을 준비해서 드린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씨는 "(그 말을 한 사람이 이 전 부총장인지, 강 전 위원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송 전 대표에겐 이런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박씨는 '사업가 김모씨가 송영길 전 대표를 위해 5천만 원을 증인에게 가져다줬다고 하는데, 송 전 대표에게 알려주었는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캠프의 전반적 업무가 매우 분주했고, 전국적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업무가 부담됐다"라며 "후보도 지방일정과 각종 언론 인터뷰 등 개인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이어서 보고할 경황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송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 행사에 대해서도 "송영길 당시 후보는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못했다"라며 "참석은 한두 번 정도였다"라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당시 송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한 의원 명단 21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의원 가운데 일부가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