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에서 수준급 선수로 거듭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28)이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돌이켰다. 이어 MLB에 진출할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한 애정 어린 조언도 곁들였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청담동 호텔 리베라 베르사이유 홀에서 열린 골드 글러브 수상 공식 기자 회견에서 MLB 진출을 준비하는 프로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충고를 건넸다. 야구 꿈나무를 향한 따뜻한 말도 잊지 않았다.
우선 미국 현지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하성은 "(MLB에 진출하려면) 야구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건 알아서 잘 준비할 것이라 본다"면서 "후배들이 영어를 배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하성은 "직접 느껴 보니 의사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저는 MLB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안 했는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MLB에 안 가더라도 (영어를 배우면)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MLB 진출을 노리는 이정후(키움)와 고우석(LG)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하성은 두 선수에게 "만약 미국에 진출할 거면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현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은 "저희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 그런 행동이 현지인들에겐 좋게 보인다"고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정후, (고)우석이는 한국에서 워낙 잘하는 선수다.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실어주기도 했다.
또 최근 주가가 치솟는 중인 이정후의 계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하성은 "정후가 미국에 진출한다면 큰 돈을 받고 메이저 리그에 입성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마이너 리그 거부권은 집착할 이유가 없다. '옵트 아웃' 조건을 계약에 넣는 게 맞다고 본다"고 생각을 전했다.
김하성은 MLB 진출 당시 계약 조건으로 '마이너 리그 거부권'을 넣었다. 이는 구단이 선수를 마이너 리그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 선수의 권리다. 하지만 김하성의 경험상 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 번도 마이너 리그로 강등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거부권을 사용할 일도 없었던 것.
또 '옵트 아웃'은 선수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조기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재취득하는 제도다. 즉 행사할 일이 많지 않은 마이너 리그 거부권으로 다른 조건에서 손해 보지 말고, 더 이른 시기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이처럼 김하성의 조언은 하나 같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었다. 김하성은 MLB 진출 첫 해 큰 실패를 맛봤다고 한다. 당시를 돌이키며 "제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하성은 "항상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운동을 했는데, 성적이 떨어질 때 감당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어려움을 견뎌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하성은 "안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무너져 있어 방법을 찾다 보니 결국 많은 훈련이 답이었다"고 전했다. 또 "수비적으로도, 일단 공을 잡으면 아웃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감 덕에 수비 지표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하성은 지난 19일 자신의 모교인 부천북초등학교를 찾아 어린 후배들을 격려했다. 김하성은 "어린 학생들의 꿈이 'MLB 선수'라고 말을 많이 했다. 제가 어릴 땐 MLB라는 걸 당당히 말하기 힘들었다"며 "학생들한테 MLB가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 선수들이 성장해서 선배들의 길을 걸으면 좋겠다"며 "저 역시 선배들이 닦아둔 길을 걷고 있고, 후배들도 더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