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골드 글러브' 영예를 안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영광"이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청담동 호텔 리베라 베르사이유 홀에서 열린 골드 글러브 수상 공식 기자 회견에서 골드 글러브 수상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골드 글러브는 MLB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영예로운 상이다.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받게 돼서 영광"이라며 "MLB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후배 선수들한테 좋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처음 MLB로 갔을 땐 이런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많은 팬 분들이 새벽에도 응원해 주셨다. 저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공을 돌렸다.
수상 발표 당시 김하성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김하성은 "2022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였는데, 그땐 수상을 못 했다. 그래서 이번엔 발표할 때 자고 있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휴대 전화 진동이 너무 많이 울려서 깼는데 그때 수상 소식 알았다"며 "유틸리티 부문이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돼서 안 자고 보고 있었으면 심장이 많이 뛰었을 것 같다"고 돌이켰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해 냈다. 주 포지션인 2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 유격수로도 맹활약한 것. 팀 동료 산더르 보하르츠의 몸 상태에 따라 유격수를 맡았고, 매니 마차도가 팔꿈치 통증으로 지명 타자로 출전할 땐 3루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김하성은 2루수로 106경기, 3루수 32경기, 유격수로는 20경기를 뛰며 OAA +10의 성적을 남겼다. OAA는 리그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아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MLB도 김하성의 헌신과 실력을 눈여겨봤다. 지난달 내셔널 리그 2루수, 유틸리티 야수 부문 골드 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김하성을 포함한 것. 2루수 부문에서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와 브라이슨 스토트(필라델피아 필리스), 유틸리티 부문에선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한국계 선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최고 수비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결국 빅 리그 30개 구단 지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유틸리티 부문에서 역대 한국 선수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황금 장갑의 영예를 안았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2개 부문 중 2루수보다 유틸리티 부문 수상이 더 욕심이 났다고 한다. 김하성은 "개인적으론 유틸리티 부문에서 더 받고 싶었다"며 "2루수도 좋지만 예전과 달리 MLB에서도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기대와 가치가 높아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것에 대해선 "포지션보단 출전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주위에서도 많은 도움을 줘서,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어렸을 땐 다양한 포지션을 맡는 게 싫었는데, 그때 싫다고 들었던 감정과 시간들이 제가 성장하는 데 엄청난 발판이 된 것 같다"고 첨언했다.
마지막으로 김하성은 "저도 선배들이 닦아둔 길을 걷고 있고, 후배들도 더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제가 잘하겠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이어 "앞으로도 골드 글러브를 받고 싶다. 올해 '반짝 활약'으로 받은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