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혁신계)'의 활동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움직임이 당내 '혁신'으로 이어질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비명계 의원 4명(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을 주축으로 하는 당내 '원칙과 상식' 모임이 19일 청년 간담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당 현수막 사태와 당의 '팬덤 정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조응천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패권, 친박(친박근혜) 패권, 친명(친이재명) 패권까지 다 경험해 봤는데 친명 패권이 가장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원칙과 상식 얘기하면서 당 쇄신의 기폭제가 되겠다고 하니 '공천 못 받을까 봐 떠드는 거야'라고 몇 번이나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윤영찬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와 단순히 호응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쪽에 계신 분들과 접촉하고 만나고 모이는 행사를 가지려고 한다"며 "고민을 같이하는 분들이 산재해 있어서 한번 고민을 토로하고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원욱 의원은 모임을 발족하면서 자신들과 의견을 동조한 의원들이 40~50명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들을 설득해 세력을 불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하며 본격 행보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본인의 사법 문제가 민주당을 옥죄고 그 여파로 당 내부의 도덕적 감수성이 퇴화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며 "사법적 문제가 다른 것을 가리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고 있다.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국내 정치 복귀 후 이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연대와 공감' 행사에서 구체적인 정치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명계인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국민의힘에 노크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오는 21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초청으로 강연·토론 자리에 참석한다. 이 의원과 함께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설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 본인도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입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당내 비주류의 이탈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원칙과 상식'과 조응할 경우,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격적인 공천 과정에 접어들 경우 생존을 위해 비명계가 집단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다. 과거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문재인계가 집단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든 사례가 예시다. 원칙과 상식 측은 탈당이나 이 전 대표 합류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이낙연 전 대표도 (모임 취지에) 수긍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비명계 세력화가 실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 현안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지향이 불투명해 합류할 의원들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며 "모임에 동조하는 의원이 40~50명에 달한다는 건 과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공천과 당내 입지를 위해 배수진을 친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는 22일부터 당 소속 의원들과 릴레이 식사 자리를 갖는다. 비명계의 움직임에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