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용 질긴 '악연'…삼성 '부당합병' 1심 내년 1월 선고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수사 이끈 현 정부 인사들
윤석열 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 송경호 특수2부장
윤석열-이재용 악연 시작은 '국정농단 특검'
윤 대통령,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 때 진두 지휘
물산-모직 합병 불법성 집요하게 파고든 이복현 금감원장
부당합병 재판 선고 내년 1월…악연 마침표 언제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회장과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

"공짜 승계라는 말이 기소 전제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회장은 모직 지분을 주고 물산 지분을 받는 '거래'를 했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사건의 1심 판결이 내년 1월 26일 선고된다.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으로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5년 1개월, 구속영장 기각과 불기소 권고에도 재판에 넘긴 지 3년 4개월 만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 사건의 '원인' 격인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법조계는 물론 재계도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뇌물 공여'와 '부당 합병' 두 사건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이 회장 사이의 질긴 악연도 주목된다.

윤석열 중앙지검장의 삼성 '부당합병' 수사

지난 2018년 12월 13일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물산 본사 등 삼성 계열사와 삼정 등 회계법인 4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현 대통령, 이 수사를 지휘한 3차장 검사는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이다.

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시발점은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전격 '합병' 발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그해 9월 1일 자로 합병을 완료하기로 하고, 제일모직이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 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현 삼성전자 회장이다.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던 그는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회장은 물산의 16.4%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물산이 보유한 전자 지분 4.06%의 지배력도 확보했다.

1996년 10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신호탄을 쏘아올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마지막 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이 부회장은 뇌출혈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어 실질적인 총수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그를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인정했고, 그는 지난해 10월 회장 직함도 달았다.

검찰은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우리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통해 제도를 악용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경험했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과 물산 합병 이듬해인 2016년 11월 10일 제일모직 핵심 자회사인 로직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같은해 12월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로직스의 부정 회계처리와 제일모직의 흡수합병 모두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2017년 4월 금융감독원이 나섰다. 로직스의 2014년 거짓공시와 2015년 분식회계 의혹을 이듬해 4월까지 심사 및 정밀감리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18년 7월 거짓공시, 같은해 11월 분식회계에 대해 검찰에 각각 고발조치를 했다. 이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이 그해 12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은 장장 1년 9개월여의 수사 끝에 2020년 9월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해 5월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한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 기소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이다.

박영수 특검팀 '국정농단 뇌물 사건' 수사팀장 윤석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박종민 기자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혐의 수사가 한창이던 때 동시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았다. '부당합병'과 '국정농단 뇌물' 의혹 두 사건은 사실 삼성그룹 승계작업을 둘러싼 원인이자 결과로서, 서로 맞닿아 있다.

한직을 떠돌던 윤 대통령이 2016년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국정농단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 대통령과 이 회장의 '악연'이 시작됐다. 당시 특검팀에는 윤 대통령 외에도 한동훈 장관, 이복현 원장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특검팀 내에서 "미르재단 출연금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가 다름 아닌 윤 대통령, 물산-모직 합병 등의 불법성을 집요하게 파고든 이가 이 원장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2017년 2월 433억원대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해 8월 1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한다. 2018년 2월 서울고법 형사13부 정형식 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부정청탁'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 회장을 석방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8월 전원합의체에서 승계작업 지원 대가로 이 회장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합 판결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재판은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선고로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재판부는 "이재용이 박근혜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특검과 이 회장 측 모두 재상고를 포기해 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회장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계기로 지목된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의혹은 '최소비용에 의한 지배권 확보'라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면서 물산의 가치는 깎아내려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였고, 이 과정에 옛 미래전략실을 필두로 계열사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고 검찰은 본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하며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이자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1등 기업인 삼성에 의해 무너진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며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이 이런 행태를 범해 참담하다"고 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합병 비율이 지나치게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출됐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제일모직은 긍정, 삼성물산은 부정 전망이 많았다"며 적절한 기업가치 평가가 근거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짜 경영권 승계라는 말은 검찰의 기소 전제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 합병에서 이 회장은 보유하던 제일모직 지분을 넘기고 삼성물산 지분을 받았다. 공짜가 아닌 명백한 거래"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합병서 사익 생각 없었다"…尹 악연 마침표 언제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검찰의 구형 이후 최후 진술에서 "(물산-모직)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은 없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며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지배구조 투명화하라는 사회 전반 요구에 부응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합병을 추진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인 2021년 8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퇴임 하루 전인 5월 8일 석가탄신일을 계기로 이 회장을 특별사면 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는 외면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12일에야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법무부에서 비로소 '취업 제한'의 족쇄를 벗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빚어낸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의 1심 판결은 내년 1월 26일 선고된다. 수사 시작부터 1심 선고까지 5년 넘게 걸린 이 사건 재판은 윤 대통령 임기 내 계속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이 회장의 질긴 악연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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