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대표 "진짜 무서운 공포영화란…"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대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블룸하우스'
 
이름만으로도 믿음과 전율을 안겨주는 제작사 이름. '호러테이닝' 장르를 개척한 블룸하우스 대표이자 전 세계를 열광시킨 '프레디의 피자가게'(감독 엠마 타미) 프로듀서 제이슨 블룸 대표가 정의한 '공포'에는 블룸하우스가 어떻게 '호러 명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에 관한 단서가 담겼다.
 
블룸하우스 역대 최고 오프닝,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전 세계 62개국 박스오피스 1위 등 놀라운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제이슨 블룸 대표가 원작자를 1년간 쫓아다니며 영화화를 위해 애썼던 작품이다.
 
오래된 피자가게 야간 경비 알바를 시작한 경비원 마이크의 시점에서 플레이하는 공포 게임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지난 2014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은 게임 프랜차이즈다. 이에 할리우드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원작자 스콧 코슨은 자신의 게임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했다.
 
모두가 원했지만 이룰 수 없었던 영화화 꿈을 제이슨 블룸 대표가 이뤘다. 그로부터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지닌 매력과 블룸하우스의 '공포영화'란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화 '프레디의 피자가게'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블룸하우스 역량이 만든 '프레디의 피자가게' 흥행

 
▷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글로벌 62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고 역대 최고 오프닝을 세웠다. 성공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흥행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할리우드에서 잘 보지 못한 것을 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게임이나 책을 영화화할 때, 많은 경우 기존 팬층을 기반으로 넓은 관객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례적으로 원작자 스콧 코슨과 많은 논의를 거쳐 게임을 잘 알지 못해도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원작을 희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우리는 팬들에게 집중했고, 그 결정에 대해 초반에는 내부적으로 확신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흥행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이 초반 의사결정이 가장 주효했다고 본다.
 
▷ 동명 호러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영화화하면서 특별히 주요하게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게임 소재를 영화로 만들 때 장단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장단점이 사실 같다. 이 게임을 아끼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어떻게 영화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든 팬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단점이다. 우리 영화에서뿐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IP(지식재산권)를 영화화할 때는 항상 그렇다. 팬들 기대치가 높고, 구체적이라 그분들을 만족시키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프레디의 피자가게'에서는 애니메트로닉스(실물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물체)가 정말 중요했다. 정말 제대로 된 애니메트로닉스를 만들어내야 했다. 스콧과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것 역시 애니메트로닉스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디지털이나 CG로 대체되는 모습이 아닌 실제 같고 현실감 넘치는 모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작품들의 포스터. 다음영화 제공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본 '공포'의 정의

 
▷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보면 단순히 공포 심리만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피자가게를 둘러싼 80년대 아이들 실종 사건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이처럼 공포 영화가 지향해야 할 '공포'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많은 사람이 공포영화에 대해 간과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징그럽고 거북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공포영화는 무엇보다 무서워야 한다. 공포영화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포영화가 무섭다기보다는 징그럽거나 거북한 장면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나한테 그런 건 호러가 아니다. 내 흥미를 끌지 못한다.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공포가 아니라 정말 무서운 공포영화는 감정적으로 긴장하게 만드는, 놀라서 자리에서 뛰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성이 느껴지면 훨씬 더 무서워진다. ('프레디의 피자가게'도) 픽션화된 허구의 사건들이지만 1980년대에 발생한 것으로 설정돼 현실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더 무섭게 느낄 것 같다.
 
▷ 공포 영화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현실 세계에서 공포영화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고, 현실에서의 경험을 영화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전에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독특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사실 내가 초기에는 독립영화에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배급이라던가 상영관 확보 등 관객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렵더라.
 
좀 더 다양한 관객에게 다가가기에는 공포영화가 효과적이고 그와 동시에 독립영화와 마찬가지로 좀 더 새롭고 독창적인 요소들이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기에 내가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내가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립적이고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엣지 있는 스토리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만약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걸 훌륭한 공포 영화로 녹여낸다면 수백만 명이 볼 수 있다. 독립영화로 만들면 많은 관객에게 선택받기가 쉽지 않은 것과 다르게 말이다.
 
▷ 샘 레이미, 피터 잭슨, 조던 필, 아리 애스터, 니아 다코스타 등 주목할 만한 감독들의 데뷔가 호러 영화인 경우가 많고 다른 장르에서도 많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호러 장르로 문을 연 감독들이 뛰어난 실력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공포 영화는 저예산이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장르다. 세상에 만들기 쉬운 영화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공포 영화가 조금 시작하기 수월한 편이긴 하다. 대형 제작사 영화나 대작보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액션도 만들 수 있고 코미디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블룸하우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공포를 단순히 도약을 위한 장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가 우리의 정체성이고 우리가 계속 가야 할 길이다.

블룸하우스 제공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현재와 미래

 
▷ 블룸하우스는 항상 공포영화의 전통을 이어오면서도 새로움을 보여준다. 전통과 새로움,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리는 항상 아티스트나 감독님들과 많이 소통하려고 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효과적인 기법 안에서 새롭고 신선한 것을 하도록 장려한다. 그런 부분을 계속해서 장려하고 지원하는 게 프로듀서로서 내 역할인 것 같다. 우리가 제작한 시퀄들을 떠올려 보면, '시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기존 원작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아주 똑같이 만들지 않는다. 단순히 흉내낸 카피처럼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이처럼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하려고 하는 게 나의 원칙이다. 오리지널 고유의 강점을 가지고 오면서 그 안에서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끊임없이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신선한 공포 영화들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을 제작해 '호러 명가'란 타이틀을 가진 블룸하우스가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포영화'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제작사로서 공포영화의 어떠한 모습이나 비전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어떤 비전이 있으면, 그 비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굉장히 좋은 작품을 만나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메간'이 잘됐기 때문에 '메간' 같은 영화를 만들겠다거나 '인시디어스'가 잘됐으니 '인시디어스' 같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하려고 한다. 항상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는 무섭고 독창적인 공포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그 이상의 어떤 기준이나 제약을 전혀 두려고 하지 않는다. 기준을 두게 되면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영화가 다 똑같아질까 봐 그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내놓는 모든 영화가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프레디의 피자가게' 역시 '인시디어스'와 다른 방식으로 굉장히 독창적이다. '메간'과도 다르고 '블랙폰'하고도 다른, 영화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차별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블룸하우스가 2024년에 선보일 '나이트 스윔' 이미지. 블룸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 2024년에 개봉 예정인 블룸하우스 영화들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내년에도 훌륭한 영화들이 많다. 첫 번째 '나이트 스윔'(감독 브라이스 맥과이어)은 한국에서는 1분기 정도에 극장에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주 무서운 상상 속 친구에 대한 영화 '이매지너리'(감독 제프 와드로우)는 아마 하반기가 될 것 같다.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스피크 노 이블'(감독 크리스티안 타프드럽)이라고, 사람을 아주 불안하게 만들고 무섭게 만드는 영화가 내년 하반기에 준비돼 있다.
 
크리스토퍼 화이트와 함께 만드는 영화도 있는데, 제목은 미정이다. 이것도 내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제 미국에서 영화계 파업이 끝났기 때문에 내년 10월에 한 작품 정도 더 해서 모두 5편 정도를 선보일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빅뉴스가 있다면, 제임스 완 감독의 제작사 아토믹 몬스터와 함께하는 것도 마무리가 돼서 이와 관련해 한두 편 정도를 추가로 내년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대표.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하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한국에 계신 블룸하우스 팬분들, 사랑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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