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충무관 앞에 세워진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됐던 육군사관학교가 같은 건물 내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오는 30일까지 끝내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사는 "기존의 특정 인물이나 시기가 아닌 통시적 시각에서 '국난극복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편하고 있다"며 "전쟁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구성을 참고해 내용을 보완하고 11월 30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해 충무관에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함께 진행되면서 논란이 됐다.
육군은 지난해 11월 육사 현장토의회의에서 독립전쟁 영웅실을 "특정 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사례로 평가하고 "사관생도의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개편 방안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 영웅실에 설치돼 있던 전시품, 액자, 후손 기증 책자 등을 모두 철거하고 고대부터 조선시대 전쟁사, 일제시대 항일무장투쟁, 6.25 전쟁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학습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아직 철거되지 않았는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내에는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난 세기 우리 선열들께서 펼치신 독립전쟁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임에도 친일 뉴라이트 사관을 바탕으로 한국군의 전사(戰史)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워버리려 한다"며 "국회의원 181명이 독립영웅 흉상과 독립전쟁 영웅실 존치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육사에 직접 전달했음에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역사 쿠데타 행위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기존의 독립전쟁 영웅실은 전시되어 있는 인물 중심의 공간이었는데, 인물이 아니라 역사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간도 더 넓게 쓸 예정이다"며 "독립군이나 광복군의 역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해서 국난극복사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