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두고) 머리가 좀 복잡하긴 하다. 너무 시험을 잘 보고 싶어서 부담감도 있다.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수능을 준비하느라 애썼다"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 고사장을 찾은 '삼수생' 서지호(21)씨는 인생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수능 시험을 치룬다. 이번 해 수능은 코로나 19 이후 4년 만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된 상황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 강상민(환일고등학교 3학년)군은 "막상 (수험장에) 도착하니까 생각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준비한 만큼만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믿고 스스로를 믿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우려됐던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새벽 공기가 쌀쌀했던 만큼 수험생들은 두꺼운 담요 등 방한용품을 가득 챙겨왔다. 수능 감독관에게 수험표와 신분증을 제시한 수험생들은 정문을 지나 고사실로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교정으로 들어가는 자식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날 일부 수험생들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고사장을 착각하거나 집에서 늦게 출발하기도 했다. 전날 경찰은 수험생이 늦을 경우 112 신고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경찰차량 에스코트 178건, 수험표 등 물품 전달 13건 등 수험생 편의제공을 총 214건 진행했다.
수험생 특별호송 차량을 타고 수험장에 나타난 정성재(19)씨는 "버스를 타러 가고 있는데 (먼저) 태워주신다고 말했다"며 "부모님께서는 (시험) 잘 볼 테니까 집에서 염려치 마시고 잘 기다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학생만 배정받은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여학생' 성나경(18)양이 경찰 특별호송 차량을 타고 잘못 도착했다. 이 학교 이름이 원래 배정받은 고사장의 이름과 비슷하다 보니 급한 마음에 수험장을 착각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특별호송 차량을) 타게 될 줄 몰랐다. 저는 계획한 대로 했는데 버스가 아예 오지 않아서 경찰 분들의 도움을 빌리게 됐다"며 "상황이 너무 웃겨서 말이 안 나온다. 너무 떨린다"고 말하고는 본래 고사장으로 다시 출발했다.
수험생들의 긴장은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이 풀어줬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고등학교 후배나 친구들의 응원전이 돌아왔고, 수험생을 배웅한 부모들도 쉽사리 고사장을 떠나지 못했다.
배문고등학교 2학년 조용민(17)군은 "고3 형들이 토요일에도 학교를 나와서 공부했는데 1년 동안 지속해 나가기는 무척 어려웠을 것 같다"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 앞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면 좋겠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군과 함께 나온 친구들은 "선배님들, 수능 만점 가자!", "수능 대박" 등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응원 열기를 드높였다.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는 대학생 문승림(19)씨와 송다은(19)씨는 야광 응원봉을 들고 수험장을 찾았다. 이들은 "준비한 만큼, 준비한 것 이상으로 수능을 잘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환호했다.
수험장을 떠나지 않고 기도했던 학부모 이용성(54)씨는 "부모들 마음이 다 똑같다. 3년 동안 고생했으니까 좋은 성적이 나오기를 바란다"며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이번 해 수능에서는 수험생을 급하게 호송하던 경찰차가 망가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입실시간 마감을 앞둔 오전 7시 59분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정문 앞에서는 수험생을 태운 경찰차의 오른쪽 앞바퀴 타이어 바람이 빠지고 말았다.
수리차를 기다렸던 종로경찰서 세검정파출소 김의준 경위는 "세검정삼거리 부근이 너무 막혀서 솔직히 교통법규를 3~4번 위반한 것 같은데 타이어도 터졌다"면서도 "수험생은 인생이 걸린 일인데 이거(타이어 고장)야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주변에 교통경찰 2447명, 기동대 1038명 등 인력 1만 1265명을 배치해 고사장 주변 교통상황을 통제했다. 영어 듣기평가가 열릴 수능 3교시 시간대에는 소음을 유발하는 차량들을 원거리 우회시켜 주변 소음을 최대한 차단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수능이 종료된 이후에도 교통경찰을 배치해 고사장 주변 교통상황을 계속 통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