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상승, 택지공급, 김건희법 전면배치
15일 KBS '뉴스9' 첫 보도는 '미국발 훈풍'을 다룬 경제뉴스였다. 미국의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코스피가 급등했다는 내용.
박장범 신임 앵커는 "매달 대출 이자 갚느라고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좀 희망적인 뉴스가 있어서 첫 소식으로 골라봤다"고 이 뉴스를 소개했다.
그다음은 택지공급. 전국 5곳에 주택 8만 호가 신규 건설된다는 정부 발표가 담겼다. 이후 북한 도발, 한미동맹의 대응,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외교 등 주로 여권 지지율 견인에 유리하거나 보수층에서 호응할 만한 보도가 이어졌다.
그리고는 '개 식용' 금지 법안을 정부가 마련했다는 단독보도가 나왔다. 김건희 여사가 의지를 보였다는 이유로 여당에서 '김건희법'으로 명명한 뒤 세간에 알려진 이슈지만 여사 이름이 보도에 언급되진 않았다.
반면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말미로 빠졌다.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가 근무 중 주식 거래, 자녀 학교폭력 논란에 관해 사과했다는 보도나 여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갈등을 다룬 보도는 후반부에 편성됐다.
첫 뉴스가 '윤 대통령'
이런 흐름은 이날까지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있었던 3차례 메인 뉴스 편성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3일 '뉴스9' 첫 보도는 한국 양국이 맞춤형 억제전략을 개정했다는 소식이었다. 다른 지상파 메인 뉴스가 근로시간 제도개선 문제를 '톱'으로 다루느라 이 문제는 프로그램 말미에 소개했던 것과 배치되는 모습이었다.
야권에 불리한 뉴스도 빠뜨리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 소식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 관련 보도까지 전진 편성됐다.
뒤이어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 협의체가 가동됐다는 보도,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대표들이 70년 만에 모여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확인했다는 보도가 편성됐다.
기자 출연 대신 앵커 리포트
형식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사흘간 취재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한 건 모두 3차례. 이중 마약 수사 경찰의 만행을 기획보도로 다룬 사회부 기자 출연이 2건. 금융 관련 소식을 경제부장이 전한 게 1건이었다.
반면 전주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이틀 연속 출연해 원내 현안을 분석했다. 하루는 사회부 기자가 나와서 여권에서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었다.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이렇게 정치나 정책 이슈 관련 취재기자 출연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정권이 부담을 가질 만한 여지가 상당히 줄게 됐다.
그런가 하면 아예 취재기자 대신 앵커가 직접 브리핑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날 KBS의 불공정 편파보도를 박민 사장이 사과했다'는 리포트가 나간 직후 박장범 앵커는 그 사례를 4분간 열거했다.
또 최근엔 인터뷰 코너도 편성되지 않았다. 전주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를 차례로 스튜디오에 부르면서 여권 내 갈등상황을 노출하게 됐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를 두고 언론노조 KBS지부 강성원 본부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땡윤뉴스의 시대가 도래해 버렸다"며 "다른 어떤 납득할 설명이 없다. 정권의 낙하산 박민이 취임하기 전과 후, 하나의 변수만 작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9시 땡윤뉴스가 부활했다"며 "박민 사장은 공정성을 회복하겠다고 했으나 국민께서는 공영방송이 어용 독재방송으로 바뀌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