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앓다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입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해 국가가 유족들에게 약 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박사랑 부장판사)는 15일 안인득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들에게 각각 1억 7800만 원, 1억 6557만 원, 2742만 원, 3042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안인득은 지난 2019년 4월 17일 자신이 거주하던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불길을 피해 뛰쳐나오는 입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했다. 부상자도 17명에 달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안인득은 이 범행으로 지난 2020년 10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피해자 유족들은 경찰의 부실대응을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평소 안인득의 이상 행동, 폭력 행위에 대한 신고가 수차례 이뤄졌는데도 경찰이 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안인득은 2010년 5월 칼을 휘두르는 등 특수상해 사건으로 입건됐는데, 당시 국립법무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감정서에는 "증상이 중증에 해당한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안인득은 강제입원조치돼 2011년 10월까지 병원에 머물렀지만 정신질환 증상은 계속 이어졌다.
범행이 일어난 진주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온 2016년 12월에도 계속해 입주민들을 위협하고 폭행했다.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9차례 경찰 신고가 이뤄지기도 했다. 경찰은 현행법에 있는 행정입원이나 보호조치 등에 나서지 않았고 안인득은 결국 2019년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재판부는 경찰이 법령으로 마련된 매뉴얼 등을 준수하지 않아 예견할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민들의) 신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피해자 진술 및 당시 안인득의 언행을 기초로 이 사건 판단 매뉴얼을 활용했다면, 안인득이 피해망상, 신체적 위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안인득의 정신질환, 위험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 처리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인득이 2019년에 반복적으로 폭력적 행동에 나아가고 있고, 안인득의 자해·타해 위험성을 의심할 여지가 충분했는데도 경찰은 행정입원 관련 조치를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인득의 반복적 범죄를 수사하던 경찰이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행정 입원 신청을 요청했다면 안인득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상당했다"라며 "적어도 수개월의 치료를 거쳐 퇴원할 무렵에는 타해 위험성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상당하고, 이 사건 범행과 같은 치명적 결과를 불러오는 범죄를 예방할 가능성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