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에서는 고3 수험생을 응원하는 '장행식'이 펼쳐졌다. 장행식은 1, 2학년 후배들이 응원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좌우로 도열해 학교를 나서는 수험생들에게 힘을 전하는 응원전이다.
후배들은 핸드벨 연주를 하고 '응답하라 정답들아', '응원은 내가 할게. 합격은 네가 해라' 등의 응원 문구를 높이 들고 환호했다.
응원을 받은 곽영민 학생은 "'찍어도 다 맞을 거야' 응원 문구를 보고 힘이 많이 됐다"며 "수능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고 내일이 끝나면 후배들 차례인데 그때는 저희가 응원해주겠다"며 웃었다.
포혜경 학생은 "후배들이 응원해 줘서 힘이 난다"며 "학교 잘 붙어서 대학도 잘 다니고 싶고 열심히 살고 싶다"고 수줍게 전했다.
응원에 나선 1학년 이다현 학생은 "선배들 얼굴들이 하나하나 다 보였다. 후련해 보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생활이 끝이란 느낌이 들어 울컥했다"며 "수능 대박 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핸드벨 연주에 참여한 한승주 학생은 "오늘을 위해 9월부터 점심시간에 모여 조금씩 연습했다"며 "선배들이 긴장하지 말고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 저도 2년 후에 수능을 보게 되는데 잘 볼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날 장행식에 앞서 수험표 배부와 유의사항 전달이 이뤄져 고3 교실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란 급훈이 걸린 3학년 7반. 수험표를 배부받은 학생들은 "이제 실감이 난다"며 심호흡을 하기도 했고, 원하던 고사장에 배정됐다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친구와 같은 수험장에 배정됐다는 김다형 학생은 "익숙한 얼굴이 (같은 고사장에) 많이 있어 다행이고 위안이 된다며 "문제가 많이 안 어려웠으면 좋겠고 찍은 것도 잘 맞았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셨다. 편히 보고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는 한 손에 수험표를 꼭 쥔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찾아왔다.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친구 3명과 함께 고사장을 찾은 조운재 학생은 학교 본관 벽면에 붙어 있는 고사장 안내문에서 자신의 수험번호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이들은 '나는 내일 4층 맨 끝으로 올라가야 한다', '화장실은 몇 개냐'는 등 고사장과 화장실 위치까지 꼼꼼하게 살폈고, '학교(고사장)가 좋다'면서 건물 내부를 기웃거렸다. 이날 수험생들의 고사장 출입은 통제됐다.
미대 진학을 준비해왔다는 조운재 학생은 "대치동 학원들을 다니면서 공부하기도 하고, 혼자서 인강 들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면서 "지금까지 준비한 게 있으니까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우진 학생 또한 "처음이라서 많이 떨리지만 안 떨려고 노력하고 있고, 원래 하던 대로 잘 보고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수능 끝나고 친구들이랑 PC방 가거나 축구를 하면서 놀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수험생도 있었다. 청담고에 재학중인 김범진 학생은 "'컴피티션'이니까 이겨야 한다. 자신 있다"면서 "경쟁이니까 1등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보고 올 것"이라고 웃으며 전했다.
두 번째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은 긴장감이 두 배였다. 독학으로 재수를 준비하며 1년간 독서실에서 홀로 공부를 해왔다는 재수생 한종수군은 "되게 떨리고 (내일) 큰 사건사고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수능이 끝나면 그냥 공부했던 책을 다 버리고, 대학 생활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고사장을 찾은 학부모 김현진(59)씨는 "아내가 (아들 수능 때문에) 힘들어서 완전히 입 주변이 다 일어나고 입술이 거의 다 텄다"면서 "내일 아침에 도시락을 싸서 아들과 같이 올 건데, 아들이 그냥 부담 없이 편안하게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전국 1279개 시험장에서 50만 4588명의 수험생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진다.
특히 올해 수능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4년 만에 '노 마스크'로 실시되는데, 코로나19 확진자도 일반 수험생들과 같은 시험실에서 응시한다.
당일 '수능 한파'는 없겠지만,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