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임용된 여성 군무원을 상대로 업무를 알려주겠다며 강제 추행한 육군 부사관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군인 신분의 경우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수강명령 실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통상적 판단을 뒤집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을 내렸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 이영진 부장판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기소된 전 육군 부사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강의 명령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공소사실 중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육군 부사관이었던 A씨는 지난해 7월 30일 부대 내 사무실에서 후임자로 임용된 지 얼마 안된 여성 군무원 B씨의 속옷 연결고리가 있는 옷 위로 손을 3차례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달 A씨는 B씨로부터 '부대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말아달라, 불편하다'는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주말에 피해자에게 연락해 '오전에 집에 있나요? 반려견 볼래요?', '들어가는 길에 보여주려 했는데 주무시나보넹ㅋ' 등 4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보냈다.
함께 탑승한 차량에서 B씨에게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서운한 게 있으면 말을 해라. 대화하자'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A씨가 훈련 중 휴식을 위해 침대에 누운 B씨에게 다가가 '만약 유부남 현역이 피해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할래요?'라는 질문도 한 사실도 공소장에 담겼다.
결국 참다못한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중대장을 찾아가 이같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성고충센터에 신고했다.
법정에 선 A씨는 공소사실과 같은 추행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A씨의 부대 동료 C씨가 "피해자가 부대로 전입했는데 피고인이 함께 담배를 피는 도중 '내가 이러면 안되지만 피해자를 좋게 생각한다', '피해자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등 피해자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결정적인 판단 근거가 됐다. C씨는 직접 휴대전화로 A씨와 피해자의 신체접촉 행위가 담긴 영상을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상급자인 피고인이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하급자인 피해자를 강제 추행해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와 C씨가 각각 위증의 벌을 감수하고 이 법정 등에서 자신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실에 관해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소사실 중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4회 보낸 행위의 경우 각 행위를 '누적적, 포괄적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일련의 스토킹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군법 적용 대상자의 경우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상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 실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데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A씨가 집행유예 선고로 군인 신분이 제적되는 만큼 군법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보호관찰 등의 집행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