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와 부실로 얼룩진 새마을금고에 대한 혁신안이 14일 발표됐다. 핵심은 부실했던 감독체계 및 건전성에 대한 관리·규제 방안이었다. 이와 관련해 그간 새마을금고 담당 정부부처를 금융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번 혁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행정안전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새마을금고에 대한 상시감시를 하도록 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고 유동성 비율과 예대율 기준도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건전성 논란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혁신안이 새마을금고의 병폐를 도려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시장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 역할 늘리고 건전성 규제 차이도 해소
새마을금고는 지난 7월 연체율 급등과 수신 잔액 감소 문제로 '위기설'에 휩싸였다. 당시 일부 부실 금고에서는 다수의 고객들이 예금을 찾는 '뱅크런'이 발생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지적됐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은 2021년 1.9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59%로 뛴데 이어 올해 3월 5.34%, 5월 6.19%까지 급등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 금융권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6월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인 점을 감안하면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은 눈에 띄었다.
아울러 중앙회장의 비위, 지역 단위금고 이사장들의 갑질과 각종 금품 수수 의혹 등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권을 금융위가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분야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안부보다는 금융위가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혁신안은 현행대로 행안부의 감독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금감원와 예금보험공사 등 감독전문기관과 행안부가 협의체를 만들어 검사계획 수립부터 제재까지 검사업무 전반에 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권한을 확대해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김성렬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장은 "지금은 행안부가 요청했을때 (금감원이) 이에 따라 참여하는 형태지만 앞으로는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검사 결정과 이행, 제재 수준을 심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체제"라며 "행안부의 전문성이 많이 지적되는데 이런 검사 과정을 통해 보강이 되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상호금융권에 비해 느슨하던 건전성 규제도 대폭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신용·공제사업이 신용협동조합법을 적용받는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을 따로 적용받아 건전성 규제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
이에 따라 '동일업권-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건설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다른 상호금융권과 동일하게 2025년말까지 130%로 상향하고 예대율 규제 기준 역시 다른 상호금융권처럼 80%로 강화한다.
기업여신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200억원 이상 공동대출은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하고 부동산과 건설업 여신한도도 각각 30%, 합산 50%를 적용하는 등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전문가들 "근본적 해결책 아냐…금융당국 산하로 들어가야" 지적
이날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이 발표된 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관여할 수 있는 통로는 넓혔지만 권한과 책임이 법적으로 분명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분이 온전히 취지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금융전문 법학자이자 상호금융업법 전문가로서 최근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가 개최한 세미나의 좌장을 맡았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혁신안에 포함된 건전성·금고 감독체계 강화 방안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금융위가 주재하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모든 상호금융권에서 '동일 추진'하도록 한 혁신안 내용과 관련해서 "'추진한다'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본다"며 "만약 동일하게 추진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한다는 발표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의 협의체를 구성해 금감원이 새마을금고에 대한 수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혁신안의 검사 강화 방침과 관련해서도 "금감원의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 의무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업권 관련 업무는 많고 인원은 부족한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시장에서 요청한 핵심 내용을 피해갔다. 협의체에는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위, 금감원이 수시 검사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는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지역 새마을금고가 각각 이사장을 두고 개별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이를 중앙에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 투자 전문, 리스크 관리 인력을 각 지역에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대한 감독을 금감원에서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혁신안이 금융당국과 행안부의 입장이 미묘하게 맞아 떨어진데서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뱅크런이 언제든 재발할 수도 있는데 이 상황에서 감독체계 개편을 뒤로 미루는 태도는 납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이관받아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리 권한을 내실 없는 협의체가 아니라 금융당국에 줘야 한다. 새마을금고만 금융위의 감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현재 전무한 리스크 시스템을 세우고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독권 이관 문제는 앞으로 국회, 관계부처 등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를 해달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새마을금고법 일부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새마을금고의 회계 결산사항을 법률로 상향시키고, 신용뿐만 아니라 공제 사업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의 직접 감독 및 명령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감독권을 기존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게 골자다.
다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강하다. 소관 부처인 행안부 의지가 약하고 금융당국도 당장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넘겨받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기반이 강한 새마을금고는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며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금융당국 감독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인데, 상임위 의원들이 지역 표심 눈치를 본다면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