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유석 (부장판사 출신 작가)
사적 제재.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벌을 내리는 걸 뜻하죠. 사적 제재를 주제로 한 드라마 비질란테가 며칠 전에 OTT를 통해서 공개가 됐습니다. 그런데 전직 판사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해서 지금 대단한 화제입니다. 작가로 이미 너무 유명한 분이죠. 문유석 전 판사,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문 작가님.
◆ 문유석>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아니, 제가 한 6~7년 전에 인터뷰를 했었어요. 기억나세요?
◆ 문유석> 그때 아마 전국 꼰대 부장님들에게 드리는 글, 그 글 때문에 아마 전화로 그때 인터뷰 했었었죠?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문유석> 그랬었습니다.
◇ 김현정> 책을 펴내고 글을 쓰고 이런 글 쓰는 현직 판사라고 해서 이미 유명했던 분인데 보니까 지금은 판사복 벗고 아예 그냥…
◆ 문유석> 저는 지금 전업 작가입니다.
◇ 김현정> 전업 작가요?
◆ 문유석> 저는 변호사가 자격은 있지만 등록도 안 했으니까 변호사가 아예 아니죠.
◇ 김현정> 아니,여러분, 판사복 벗고 나면 으레 변호사 일을 하기 마련인데 법률가로서. 아예 변호사 일을 안 하고 전업 작가로 뛰어드신 거예요?
◆ 문유석> 네, 처음부터.
◇ 김현정> 왜요?
◆ 문유석> 변호사 할 거였으면 판사를 계속했을 거고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작가였으니까 작가를 한 거죠. 법조인을 할 거였으면 저는 법관직에 너무 명예스럽고 과분하게 생각하고 행복했기 때문에 계속했을 것이고 어린 시절 꿈이 작가였으니까 그걸 하려고 뛰쳐나온 거죠.
◇ 김현정> 참 우문현답입니다. 여러분. 왜요라고 하면 좋으니까요. 작가가 좋으니까요. 이번에 참여하신 거는 비질란테라는 디즈니 OTT.
◆ 문유석> 맞아요.
◇ 김현정> 드라마의 드라마 크리에이터.
◆ 문유석>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생소하실 텐데 사실은 말하자면 일종의 메인 작가라고 볼 수 있어요. 신인 작가님하고 팀을 이루어서 같이 대본을 총괄하는 그런 직책인데 그거 제안 받았을 때 보니까 제가 부장판사 때 하던 거랑 똑같은 일이더라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문유석> 배석 판사님과 함께 합의해서 결론 내린 다음에 초고를 써갖고 오시면 제가 고쳐주는 거거든요. 그런 일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문유석> 너무 익숙하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이 하려고요. (웃음)
◇ 김현정> 드라마 크리에이터. 일단 드라마 제목 비질란테는 무슨 뜻인가요?
◆ 문유석> 이게 자경단이라는 뜻의, 원래 스페인에서 유래한 말인데 영어권에 다 쓰는 말이에요. 자경단. 그러니까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자체 무장을 해서 활동하는 건데 배트맨, 영화 배트맨이 대표적인 자경단인 셈이죠.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보면 조선시대 홍길동전도 의적 홍길동. 개인적으로 응징을 하고 벌을 주고 사법 정의 대신에 정의를 세우는. 내용을 잠깐 좀 소개를 해드리자면 경찰대학교에 재학 중인 평범한 남학생이 밤에는 자경단이 돼서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이런 내용이라고요.
◆ 문유석> 맞아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여러분 이분이 판사 아니었습니까? 사적 복수, 사적 제재라는 거는 사법 시스템이, 그러니까 어떤 법과 제도가 정의롭게 작동하지 않을 때 이루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 판사님은 판사 출신인데 판사가 이런 사적 제재물을 다뤘다는 게 참 저는 흥미롭더라고요.
◆ 문유석> 사실은 저도 처음 이 악마판사 끝나자마자 네이버 측에서 제안을 받은, 원래 엄청난 인기 웹툰이더라고요.
◇ 김현정> 웹툰이에요. 원작은.
◆ 문유석> 저는 몰랐는데 어마어마, 조회수가 3억 회가 넘는다는 솔직히 저는 잘 몰랐는데.어마어마한 인기 웹툰이고 이미 큰 관심을 모으고 있던 프로젝트인데 거기에 이걸 사실은 아예 대본을 써줄 수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제가 원작 만화를 읽어보니까 너무 폭력적이고 그리고 정말 물리적으로 정말 극악무도한데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를 이 젊은이가 찾아가서 주먹으로 때려죽이는 얘기예요.
◇ 김현정>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 문유석> 쇼크를 받고.
◇ 김현정> 쇼크를 받고…
◆ 문유석> 그리고 명색이 전직 판사인데 이런 거 하면 돼? 하고 거절을 했어요. 거절을 했는데 다시 한 번 그러면 직접 하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신인작가를 붙여드릴 테니까 크리에이터 형태로 협업으로 하시면 어떻겠느냐 해서 한 번 다시 읽어봤는데 말씀하신 대로 이거는 기존 사법시스템의 오작동, 거기 그러니까 킬링벌스, 대사가 '법에는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우겠다'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작품이 진짜로 사적 제재나 사적 복수를 찬양, 미화하는 작품이라면 저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고 끝까지 읽어본 결과 이거는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은유하는 거지 직설법이 아니구나. 원작 작가님, 김규상 작가님 정말 대단하신 분인데 이미 충분히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그로 인한 부작용 그 반대되는 신념을, 시스템이 지켜져야 된다는 아무리 부족해도 시스템이 있어야 된다는 신념을 가진 형사가 비질란테를 쫓거든요. 유지태 씨가 하는 캐릭터인데 이 밸런스를 되게 잘 맞추고 있어서 되게 유의미한 작품이고 어쩌면 전직 판사인 제가 참여하는 게 역설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판검사들 너희들 좀 잘해라라고 질타하는 내용인데 어떻게 보면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진짜로 판사로 복무하시면서 많은 사건들 판결들을 접하실 때 법은 이러한데 내가 보기에 나의 심장은 사실은 이러해, 이 갈등에 휘말리는 경우가 꽤 있었을 것 같아요.
◆ 문유석> 아무래도 훈련받은 직업법관이지만 인간이니까 분명히 그런 순간들이 있죠. 그런데 법이라는 것은 사실 보수적이니까 쉽게 바꿀 수가 없잖아요. 그 틀 안에서 재판해야 되는 한계가 있고 판사는 직업적으로. 그래서 직업윤리가 개인윤리보다 먼저이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판사 자기 개인의 심장보다는 주어진 임무에 따라 재판을 해야 되니까 그렇긴 하지만 항상 저는 그래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지은 죄에 합당한 무거운 벌을 줄 사건은 당연히 무거운 벌을 주는 게 저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사실 형량이 굉장히 센 판사였는데.
◇ 김현정> 그렇습니까?
◆ 문유석> 그랬는데 항소심에서 다 깎이더라고요.
◇ 김현정> 어떤 사례들 좀 기억나세요? 정말 판결 내리셨던 것들 중에.
◆ 문유석> 그런데 그게 사실 제가 전직일 때 했었던 실제 구체적 사건들을 여기서 언급하는 거는 그것도 약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도 있기 때문에 또 굉장히 끔찍한 사건들이 많거든요.
◇ 김현정> 실명을 거론하기는 좀 어렵고 대체적으로 그냥 대략적으로 얘기해 주신다면 어떤 거 좀 기억에 남으세요?
◆ 문유석> 그냥 포괄적으로만 얘기한다면 네이버 카페에서 사람을 유괴, 살해해서 그걸로 가족들을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려고 카페에서 사람을 모은 사건이 있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 문유석> 돈벌이를 위해서. 그래서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짐승만도 못하구나. 여기까지 갈 수 있구나, 돈 때문에. 그것도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벌어지는 범행들인데 다행히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그 사건을 할 때 충격을 받았던 사건을 나중에 조주빈 사건, N번방 사건 보도를 보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 김현정>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시잖아요. 가끔 그런 사람들 보면 이 자리에 나와서도 끝까지 반성을 안 하는 이런 사람도 있습니까?
◆ 문유석> 얼마든지 있죠. 인간이란 대부분 반성 안 한다는 게 사실 제 경험이에요.
◇ 김현정> 그래요?
◆ 문유석> 반성하는 척하죠. 감형받기 위해서. 그리고 의외로 모두가 억울해 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 문유석> 그럼 무죄라는 거예요? 물어보면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뭐가 억울해요? 검사가 저한테 공갈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자백을 했는데 그게 억울하다는 거예요. 자백 안 할 수도 있었는데… 할 말이 없잖아요.
◇ 김현정> 할 말이 없네요, 정말.
◆ 문유석> 그러니까 저는 그거를 심리학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라 그냥 보편적으로 일반화로 생각하면 인간은 궁지에 몰리면 자기의 잘잘못 따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보호 본능이, 그래서 그런 범죄자들이나 그의 가족들은 피해자를 미워해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 안 들킬 수도 있었는데.
◆ 문유석> 인간의 이기주의와 자기 보호 본능이라는 게 결국 무조건 나 이외엔 다 적이고 이렇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럼 이번에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글도 쓰고 또 작가로서 드라마, 영화에도 참여를 하시는데 이번에 비질란테에서는 사적 제재와 관련된 내용. 이 사적 제재라는 것이 최근 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공감을 받고 있어요.
◆ 문유석> 그렇습니까?
◇ 김현정> 꼭 드라마, 영화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서 유튜버가 가해자의 신상을 경찰보다 먼저 그냥 공개해버려요. 최근에 몇 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신상을 그냥 공개해버리면 엄청나게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고 응원을 받기도 하고 그리고 나서는 좀 찬반 논란이 있죠. 유무죄가 아직 가려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가, 그런가 논란도 있고 이런 일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거기에 열광하는 걸까요?
◆ 문유석> 그거는 기존 시스템, 법치주의 시스템이 대중이 바라는 정의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간극을 노린 것들이고 병리적인 일이죠.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잘 살아 있어서 자기 맡은 바 일을 하는 원래 그 일을 우리 민주주의 체계에서 맡긴 사람들이 그 일을 잘해내면 그런 일이 없겠죠. 그런데 거기서 오작동하고 거기에 대해서 아쉬움들이 있으니까 그런 일들이 있는 거고 그거는 그런 병리적인 현상이 없도록 고쳐야 될 일이죠.
◇ 김현정> 사회가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그런 구멍을 그런 쪽으로 메워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속 시원함을 느끼고 어떤 정의를 느끼고 한다는.
◆ 문유석> 하지만 그 사적 제재를 외치는 사람들도 99.9% 자신의 이익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그건 무슨 얘기예요?
◆ 문유석> 조회수 때문에 돈 때문에 내지는 관종이라서.
◇ 김현정> 그 얘기는 이게 시원함을 느끼고 정의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이런 좋은 작용도 있겠지만 상당히 부작용도 우려하신다는 얘기네요.
◆ 문유석> 그 자체가 범죄고요. 사실은 말했지만 그런 것이 난무하는 사회는 결코 옳은 사회가 아닙니다. 사실은. 오히려 그런 현상이 있다는 거에서 기존에 저 같은 전직 판사지만 하여튼 한 검사, 수사기관 이런 또 사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우리 할 일을 제대로 못해서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구나라고 반성을 하고 더 잘해야 되겠죠. 어떤 점에 문제가 발생하는지.
◇ 김현정> 하기는 신상 공개나 이런 가해자라고 지명해서 그 사람을 잘못된 점을 낱낱이 밝히는데 나중에 유죄인 경우도 있지만 무죄이거나 혹은 그 유튜버가 밝힌 것보다 훨씬 죄가 가벼운 경우가 있어요. 그럼 그렇게 됐을 때 아무도 이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요.
◆ 문유석> 정식 3심 재판을 거치고도 사실은 나중에 억울한 사람이 형을 살고 있음이 밝혀지는 게 많거든요. 미국에서는 실증적 연구도 했어요. DNA 대조하는 기술이 유전자 대조 기술이 발전된 이후에 이미 사형수로 몇 심제 복역하고 있는 전국의 죄인들을, 복역수들을 DNA 대조를 해봤더니 그중에 상당한 퍼센트가 무죄로 밝혀졌어요. 그것이 인간의 기술과 인식의 한계거든요. 그걸 어떻게 한 개인이 대체하겠어요?
◇ 김현정> 결국 사적 제재가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 문유석> 굉장히 위험하다.
◇ 김현정> 굉장히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적 제재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결국 뭔가 법과 제도의 허점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사법부 얘기를 좀 해보죠. 지금 사법부에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 문유석> 지금 현재 사법부에 대해서 제가 뭐라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굉장히 오래된, 오랫동안 쌓여온 것이 그냥 쉽게 말하면 바로 이번 비질란테에 참여한 이유와도 같은 것인데 시민들이 원하는 정의에 대한 그런 믿음을 충족시키지 못해왔다는 것이 사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우리나라 사법부의 장점은 되게 적은 예산으로 적은 인원을 투입해서 굉장히 다수의 사건을 빨리 처리했다는 것이 그거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예요. 모든 통계에서. 효율성은 세계 최고예요. 우리나라 모든 게 그렇죠. 가성비가 세계 최고인 거죠.
◇ 김현정> 가성비 세계 최고.
◆ 문유석> 그런데 반면에 많은 시민들이 어떻게 얘기해도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 또는 피해자의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주 오랫동안 다들 분노하고 계시거든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재직할 때도 또 글을 쓸 때도 많이 그에 대해서 왜 그런지 이런 걸 바꿔야 되는지에 대해서 지적을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은 이것만 얘기해도 한 10시간 얘기할 수 있는 주제이긴 한데 간단히 얘기하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그걸 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인데 그건 일종의 전문가의 함정인데요. 관행을 되게 중요시하고 기존의 선배들이 해왔던 거에 답습되다 보니까 사실 한 5~6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 1명을 죽이면 기본 형량이 징역 13년이었어요. 12년에서 13년. 그런데 그거는 우리의 형법이 생겨진 게 해방 이후에 일본의 법을 개수해서 만들어진 건데 그때 평균 수명 50세 때 나온 거예요.
◇ 김현정> 평균 수명이 50년이니까 12~13년이면 꽤 긴 거였는데.
◆ 문유석> 그때는 형법 자체가 유기징역형의 상한이 15년이었어요. 그거는 그 당시 평균 연령을 반영해서 나온 거예요. 그런데 60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거를 바꿀 생각을 안 한 거죠.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어서 90세 돼가는 시대에. 그러면서 선배들이 해왔던 거 그대로 배우고 거기서 달리하면 튀는 판사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상급심에서 다 깎이죠. 그러니까 저는 그게 전문가의 함정이다. 그냥 또 함부로 휙휙 바뀌지 않는 것이 사법의 덕목이기도 하니까 신중한 건 좋은데 그래도 큰 흐름에서 객관적인 기반이 바뀌었을 때는 거기에 맞춰서 올려야 되는데 자발적으로 올리는 노력이 없었고 오히려 도가니 영화와 그 사건이 큰 기폭제가 돼서 엄청난 질타를 받았잖아요. 저도 그 시기에 내부에 있으면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꼈었는데 많은 판사들이 그때 비로소 아, 뜨거워라, 이건 우리가 잘못 관행적으로 생각해 왔던 기본 틀부터가 너무 낮았구나.
◇ 김현정>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
◆ 문유석> 왜냐하면 살인이 제일 무거운 죄잖아요. 살인죄가 징역 12년, 13년에서 출발하면 다른 건 거기에 맞춰서 키 높이를 맞춘단 말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아주 어이없는 그 이유에서 출발해서 그 이외에 어떤 우리나라가 많은 판사들이 다 변호사로 개업하는 나라도 전 세계 우리나라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 문유석> 일본만 해도 그런 일 거의 없고요. 미국은 아예 없다시피 하고.
◇ 김현정> 판사복 벗으면 뭐 해요? 다른 나라에서는.
◆ 문유석> 판사복을 안 벗죠. 평생 법관인 경우가 많고 그러니까 판사는 평생 커리어로 정년까지 일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어느 나라나. 그러니까 OECD 국가 중에 판사들이 이렇게 대거 나와서 변호사 하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대한민국밖에 단연코 없어요.
◇ 김현정> 물론 직업 선택의 자유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전관예우 아닌가요?
◆ 문유석>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시민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노골적인 재판 거래가 있는 일이 결코 흔한 일은 아니고 굉장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저는 겪어본 적도 없고 또 많이 그런 것들이 그런 오해가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있죠. 예를 들어 결론을 안 바꾸더라도 절차적으로 증인을 더 쉽게 받아둔다든지 재판기일 변경을 쉽게 해준다든지 가벼운 게 아니거든요. 신뢰를 해친단 말이에요.
◇ 김현정> 당연하죠.
◆ 문유석> 그런 거에 대해서는 죄의식이 없이 결론은 유무죄 안 바꿨으니까 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그런 도덕적 불감증이 사실은 있어왔다고 생각해요. 한국사회 특유의 인지상정, 인맥, 이런 것들도 있었고. 저는 그런 것 자체가 전관예우로 사실 봐야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신뢰를 해친 거죠.
◇ 김현정> 사실 이런 이야기를 판사 그만두고 변호사로 계속 법조계에 계시다면 이렇게 날카롭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으실 텐데.
◆ 문유석> 판사 할 때도 그렇게 얘기했고 내부 토론회에도 얘기했어요. 왜냐하면 다들 실제로 판사들끼리도 이런 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 내부 토론도 많이 하고 제도 개선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지금 수임 제한 금지라든지 이미 많은 부분의 개혁들이 있는 것이 사실 안팎의 노력이 있는 거죠.
◇ 김현정> 이런 생각들을 글로써 또 드라마로써 영화로써 말로써 세상에 많이 알리고 우리 법과 제도의 구멍을 메우는 데 문 전 판사께서, 문 작가님께서 역할을 많이 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 문유석> 전 그런 공적인 일도 중요하긴 한데 전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나온 사람이니까 저는 그냥 재미있는 글도 쓰고 여행 다니는 게 좋아서 전 남들 일하는 평일에 노는 게 좋더라고요.
◇ 김현정> 평일에 노는 게 좋아요.
◆ 문유석> 그래서 오늘도 놀러 갈 거거든요. 여기 끝내고 친구랑.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해서 노트북 하나 들고 아무데나 가서 글 쓰고 자전거 타고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쓰신 책 중에 개인주의자 선언도 있잖아요.
◆ 문유석> 저는 지독한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에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 김현정> 지독한 개인주의자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굉장히 공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계시네요.
◆ 문유석> 저도 즐겁고, 제가 즐거운 게 먼저고 하는 김에 이왕이면 또 다른 분들한테 도움이 되면 또 그것도 보람이 있는 거고.
◇ 김현정> 좋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OTT 비질란테의 드라마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가 문유석 작가님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유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