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와~저기가 북한이라구요?" (계속) |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휴전선과 남북 군사 분계선. 정전협정 이후 70년간 이완을 거듭하며 이어진 남북 대치와 긴장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
금단의 땅 이남 접경 지역도 이 영향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채 '변하지 않는 옛 것'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지역은 이런 영향으로 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휴전선을 기점으로 그 아래 2km는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5~20km까지는 민간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민간인 통제선이다. 남북의 산과 들, 강과 하천을 가로지르는 철책선의 길이는 약 248Km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직선거리보다 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길이로는 못 미치지만 완만한 평지인 산티아고 길에 비해 산과 강이 어루어지고 마을마다 전쟁의 비극과 제 각각의 얘깃거리를 품고있는 소중한 문화관광자원이다.
국방부와 행안부 등은 지난 7월부터 DMZ 524km를 걸으며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온 국민이 향유하도록 자유·평화 대장정을 시작했다. DMZ 평화의 길을 따라 걸으며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돌아보자는 취지다.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접경지역의 경제 활성화라는 숙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1차부터 6차까지 진행한 대장정. 이날 올해 마지막인 6차 원정대 발족식을 시작으로 힘찬 첫걸음이 시작됐다. CBS 노컷뉴스 인턴 기자 2명이 6박 7일 전 과정을 동행하며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고을마다 서린 얘깃거리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이번 대장정은 524km 중 94km를 걷고 나머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막오른 대장정…통일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평화를 염원
오전 7시 30분. 종합운동장역 1번 출구에는 이미 DMZ 자유 평화 대장정을 떠날 채비를 마친 수십 명의 원정대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꼭두새벽부터 모이느라 미처 끼니를 챙기지 못한 대원들은 탑승 전 관계자들이 준비한 떡, 음료수 등의 간식을 받아들고 버스에 탑승했다.
민간인통제선을 넘나드는 DMZ 평화의 길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 속 약 3시간 반을 내달려 도착한 고성통일전망대에서 DMZ 자유 평화 대장정 6기 출정식이 진행됐다.
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왼쪽으로 금강산이 보였다. "저기가 북한이라고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산 꼭대기에 위치한 국군과 북한군 초소까지 선명하게 보이자 관광객들의 탄성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좌측으로는 금강산이 우측으로는 북한이 품고 있는 해금강이 펼쳐져 있었다. 해(海)금강은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말로, 금강산의 기이한 봉우리를 바다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통일전망대에는 사진 촬영 구역을 일일이 설명하고 통제하는 군인들의 발길이 바쁘게 이어졌다. 철책 촬영과 군인들의 모습, 초소 등과 같은 군사 기밀 시설들의 촬영은 일체 금지됐다. 금강산 인근 산봉우리에도 국군 초소가 있어 촬영이 불가했다.
"저기 보이는 곳은 구선봉입니다"
관계자의 설명에 일제히 바라본 곳에는 바다 너머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 구선봉이 보였다. 육안으로도 한 눈에 확인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전 이후 70년 간 결코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이었다.
바로 앞에 길게 늘어진 군사 철책에서 새삼 한반도가 분단 국가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철책 너머 펼쳐진 풍경은 철책 남쪽 우리가 사는 곳의 풍광과 다르지 않은 것이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전망대 1층과 2층에는 각각 남북한의 통일을 염원하는 관람객들의 메시지가 담긴 게시판이 있었다. 한반도가 그려진 화이트보드를 가득 메운 검은색의 글씨들은 어지럽지만 '평화'라는 하나의 염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포스트잇도 같은 마음인 듯 했다.
저마다 다른 사연 안고 모인 대원들…어디에 닿을까
첫날 일정은 6박 7일의 대장정 가운데 가장 적은 거리를 걷는 날이다. 걱정과는 달리 따뜻한 날씨에 대원들의 발걸음도 가벼워보였다.
원정단 대표로 선서문을 낭독한 제해승(28) 씨는 지난해 해파랑길(부산 오륙도~고성 통일전망대)에 이어 올해는 DMZ 평화의 길에 올랐다.
출발에 앞서 제 씨는 "지난해는 취준생이라 머리를 식히고 생각을 정리하러 왔어요. 올해는 직장인이 되어 참석하게 돼 감회가 새롭네요. 이번엔 바닷길이 아니라 산길 위주일 테니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게 기대됩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전상헌(64) 씨는 서해랑길(전라남도 해남~인천 강화), 해파랑길(부산~고성),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두 경험해 본 '순례길 마스터'다. 문 씨는 한 시간 너머를 걸으면서도 지친 기색이 하나 없었다. 문 씨는 "9년 전부터 걷기 시작했어요. 걷기 카페도 운영하고 있고 하루에 10km씩 걸어요"라며 걷기 사랑을 드러냈다.
이어 문 씨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참 많이 반성해요. 펑펑 울면서 걸은 적도 많아요"라며 자연을 통해 인생을 반추한다고 말했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A씨는 "일반인이 갈 수 없는 곳을 단체로 간다는 경험이 귀하다고 생각해 지원했어요"라며 "무사히 여기에 있는 모든 인원이 잘 안전하게 도착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이희재(62) 씨는 지난 주 추가 합격 통지 연락을 받고 원정대에 합류했다. 70명의 DMZ 자유 평화 대장정 6기 원정대원들은 전국에서 모였다. 주최측에 따르면 참가 인원 70명을 뽑는데 34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 씨는 "정년퇴직 후 올해 DMZ 평화의 길이 완공됐다는 소식을 듣고 흥미를 가지던 차에 대장정 모집 공고가 떠 지원하게 됐어요"라며 "평일 낮인데도 통일전망대 관광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예상보다 통일·안보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느꼈어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씨는 이어 "내일부터는 접경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가게 되는데, 개인이 오갈 수 없는 곳이라 기대 됩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