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돈봉투 뿌린 날…강래구 "윤관석과 野의원 7명 얘기"

강래구, 돈 봉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신문
검찰 "윤재갑·이용빈·박영순 등 거론 사실인가"
강래구 "기억 정확하지 않지만 여러 의원 얘기해"
지난달 재판서도 수수 의심 野의원 실명 거론
검찰, 송영길 신청한 수사심의위 20일 개최

류영주 기자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야당 현역 의원 명단 일부가 또 다시 법정에서 공개됐다. 재판 과정에서 금품 수수 의원의 실명이 거론된 것은 앞서 지난달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증인 신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돈 봉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강 전 상임감사는 윤관석 의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보좌관 박모씨 등과 함께 기소돼 해당 재판의 피고인이기도 하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2021년 4월 29일 국회를 찾은 강 전 감사가 윤 의원을 만나 돈 봉투 살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부를 캐물었다.

윤 의원은 그해 4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일명 '기획회의'로 불리는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해 이성만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에게 송영길 전 대표 지지를 호소하며 각각 돈 봉투 1개(현금 300만원)를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윤 의원이 이튿날인 4월 29일에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 등에서 개별 의원을 만나 돈 봉투를 건넨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강 전 감사의 국회 출입 기록 등을 토대로 강 전 감사가 윤 의원을 접촉한 날이 바로 두 번째 돈 봉투 살포가 이뤄진 4월 29일이라고 지목했다.

검찰은 "증인(강 전 상임감사)은 4월 29일 당시 윤 의원이 (돈 봉투를 건넨) 의원 여러명을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윤재갑·이용빈·박영순·이성만·허종식·임종성·김영호 등 7명 정도라고 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강 전 상임감사는 "(당시)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고 그분들이 맞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면서 "돈을 줬는지 받았는지 (여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고 의원 여러 명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원 기자

강 전 감사는 돈 봉투 살포 전후 경위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이 "2021년 4월 24일 윤 의원으로부터 '우리 쪽 상황이 불안정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홍영표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다는데 우리도 대책을 마련하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통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또 "당 대표 경선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서 국회의원에게 돈봉투를 주자고 처음 말한 사람이 윤 의원이 맞나"라는 검찰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제공할 현금 6천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수수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올해 8월 기소됐다. 윤 의원을 줄곧 혐의를 부인해오다 최근 재판에서 "돈봉투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은 인정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돈 봉투 수수 의원으로 지목된 의원 명단이 재판 과정에서 거론된 것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3일 돈 봉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상대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윤 의원이 말하는)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느냐"고 물었고 이 전 사무부총장은 "네"라고 대답했다.

당시 검찰이 밝힌 녹취록을 보면 윤 의원이 "아침 회의에 이용빈·김남국·윤재갑·김승남 등 4명은 못 나왔어"라고 말하자 이 전 부총장이 "거기 다 해야지. 오빠, 호남은 해야 해"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총장은 "광주·호남 지지세가 약해서 그쪽 의원들과 선거활동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로써 돈 봉투 살포 및 수수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이름이 거론된 민주당 의원은 총 11명(김남국·김승남·김영호·민병덕·박영순·서삼석·윤재갑·이성만·이용빈·임종성·허종식)으로 늘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앞서 지난 8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도 돈 봉투 수수 정황을 잡은 현역 의원의 실명을 최소 19명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종성·허종식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이달 2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들 의원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돈 봉투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3일 검찰의 수사를 '별건 수사'라고 주장하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및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검찰은 오는 20일 시민위원회를 열고 송 전 대표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할지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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