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이는 '주 69시간제' 추진의 재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1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논평을 내고 "정부가 국민 6천여 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사업체의 85.5%가 주 52시간 상한제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답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개편한 주 52시간 상한제가 상당 부분 정착돼 가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3월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입법예고했지만 청년 노동자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노동부는 지난 6~8월 6030명(노동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시민 1215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노동부가 "지나치게 경직된 제도로서 급격하게 도입된 결과 현장 충격이 크고 기업의 혁신과 개인의 행복추구에 방해된다"고 비판했던 현행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가 현장에서 정착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서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1주 52시간(연장근로 상항 12시간)은 단순한 틀이 아니라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절대적인 상한이고 국제적인 기준은 주 48시간이 상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 52시간 상한의 예외는 불가피한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말 그대로 예외적인 제도로 운영돼야지, 특정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여전히 이른바 '주 69시간제'(노동계 입장 주 90.5시간제) 추진의 재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짜노동'의 주범인 포괄임금 약정을 금지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노동부의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 상한제에 따른 기업의 주요 대응방식이 포괄임금 활용(39.9%)였다. 포괄임금제 시행 사업체에서 실제 근로시간이 약정 근로시간보다 길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19.7%에 달했다. 또 정부의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 기획감독 결과에 따르면 전체 87개 사업체 중 64곳(73.6%)에서 포괄임금 오남용에 따른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장시간 노동과 공짜노동의 주범인 포괄임금 약정 자체를 금지하고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보상의 원칙인 사후적인 연장근로 산정과 연장수당 지급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으로 △연장근로 상한 축소(주 48시간 상한제) △장시간노동·공짜노동 주범 포괄임금약정 금지 △사용자에게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 부여 통한 '실제 일한 만큼 임금보장'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