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출연기관인 순천과 강진 의료원이 수십억대의 적자 속에 억대의 의료 장비를 구입하고도 이용 건수가 한 건도 없는 등 고가 장비가 '낮잠'을 자고 있어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순천과 강진 의료원이 전남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 감사 자료를 보면 순천 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7,300여만 원을 투입해 신경 주위와 근육에 이상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근전도 검사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해당 장비 진료과장이 장비 신청 후 퇴사하는 바람에 올해 이용 실적이 전무해 고가 의료 장비가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순천 의료원이 1억 8,000만 원을 들여 산 몸 밖에서 강도 높은 충격파를 쏴 몸 안의 돌을 깨는 체외 충격파 쇄석기도 환자 발생이 미미하고 수가가 높은 장비여서 올해 들어 역시 이용 실적이 한 건도 없다.
강진의료원도 2억 7,000여만 원과 1억 1,000여만 원에 각각 구입한 심장 초음파와 초음파 진단기의 올해 월평균 진료 수입이 '0'원 이다.
코로나19 관련 감염 병동에 사용 중이나 경증 환자의 입원 치료로 적용 환자가 없거나 심지어 강진의료원에 심장 초음파를 쓸 심장내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순천과 강진 의료원은 올해만 전라남도로부터 각각 7억 2,000만 원과 6억 2,000만 원의 출연금을 지원받았는데도 적자가 올 9월 현재 19억여 원과 24억여 원에 달했다.
수십억 원의 적자 속에 순천과 강진의료원이 구입한 고가 장비가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고 있어 도민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라남도의회 최선국 보건복지환경위원장은 "순천과 강진 의료원이 전남도로부터 해마다 출연금을 지원받고도 막대한 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입한 고가 의료 장비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고가 의료 장비 구입을 위한 의료원 의료 장비 심의 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늘려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순천과 강진 의료원 측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로 지난 3년 동안 의료원 정상 가동이 어려웠던 데다 의사 이직률로 해당 장비를 구입하고도 이용이 저조했으나 자리가 빈 의료 인력을 거의 확충해 앞으로 환자 유치를 통해 고가 의료 장비의 이용률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