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선거 과정에서 동료 시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던 박광순 경기 성남시의회 의장이 의장 사임서를 제출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사임을 번복해 동료 의원과 지역 사회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구속 기간에 제출한 의장 사임서…집유 나오니 취소
12일 성남시의회에 따르면 박 의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된 다음날인 지난 9일 의장직 사임서 취소계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달 10일 가족을 통해 시의회에 의장직 사임서를 제출했다.
당시 그는 지난해 7월 열린 제9대 성남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특정 의원에게 250만원을 제공한 혐의(뇌물 공여)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상태였다.
하지만 '분당보건소 이전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지난 9월부터 두달여 간 시의회가 파행돼 사임서 처리를 위한 의결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로써 박 의장은 오는 13일 열리는 '원 포인트 임시회'에서 의장 자격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제3차 추경안 등 주요 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의장 사임은 감형을 위한 꼼쑤?…시의회·시민단체 비난
이를 두고 동료 의원들과 시민 단체는 박 의장이 감형을 위해 거짓으로 의장식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박 의장은 1심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반성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또 "8개월 이상 잔여임기가 남아있음에도 의장 사직서를 제출한 점을 살펴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유사사례 양형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 보여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시의회 국민의힘 정용한 대표의원은 "박 의장이 혐의를 인정했으니 대법원에 가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그럼에도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라도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심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성남을바꾸는시민연대 황성현 활동가도 "시의회가 시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법정 구속 됐을 때 윤리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제명을 했어야 한다"며 "감형을 위해 거짓으로 사임서를 제출한 의장도 문제지만, 사임을 처리하지 못한 시의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문제 제기와 비판 속에서도 박 의장은 의장직을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수감 중에는 의장직을 수행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사임서를 제출했는데, 현재는 석방돼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으니 취소계를 제출했다"며 "임기가 남아 있으니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장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금품을 전달한)동료 의원이 다른 재판에 시달려 안쓰러워서 준 것"이라며 "그냥 주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으니 잘 부탁한다는 명목으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