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연말 인사 시즌이 임박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속에 올해 인사는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미래 먹거리 준비에 초점을 맞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에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부진했던 실적을 딛고 혁신안을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의 유지 여부에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TV와 가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한 부회장이 겸임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의 자리가 새로 채워질지 관심이다.
아울러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직 개편이 이뤄질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같은 맥락에서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 등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의 계열사별 인사도 비슷한 시기에 단행될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함에 따라 그룹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에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경구가 사내에 회자될 정도로 안정에 무게가 실리며 인사 폭이 작았던 만큼, 올해도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전기차(EV)·목적기반모빌리티(PBV)·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그룹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할 전망이다. 인사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브랜드별로 분리돼 있던 디자인센터를 하나로 모아 '글로벌디자인본부'로 승격하는 등 연중 필요한 때 적절히 조직을 개편했다.
LG그룹은 사업보고회를 이달 중순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인사 작업에 나선다. 이르면 이달 말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인사안을 확정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등 사업에서 승진 인사 등으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대 관전 포인트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행로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 상무가 롯데의 모태인 유통군으로 이동해 경영 보폭을 넓힐지 주목하고 있다.
이밖에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등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주요 인사의 교체 여부도 관심을 끈다.
지난달 초 일찌감치 인사를 단행한 한화그룹의 경우 미래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성장 가능성 높은 인력을 대거 발탁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1980년대생 4명이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재계의 오너 3세 경영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범삼성가(家)인 한솔그룹 3세 조성민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 상무는 한솔홀딩스 사업지원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