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추위 속 11만 노동자 열기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

11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11만 명 결집
양대노총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 멈춰야"
"노란봉투법 즉각 공포·시행하라…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 것"

연합뉴스

"사회에 진출해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야만적인 사회를 물려줄 수 없습니다.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반드시 개정해야 합니다."(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이 11일 함께 서울 도심에서 노란봉투법의 즉각 공포와 시행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집회를 열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지만,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총 11만 명이 모여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오후 2시 민주노총은 서울 통일로(서대문 사거리~독립문 사거리)에서 주최측 추산 약 5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1.9도까지 떨어질 만큼 매서운 추위 속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각각 장갑, 마스크,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한 채 '20년을 기다렸다! 노조법 2,3조 개정!', '120만 전태일의 반격! 퇴진 광장을 열자!'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추위를 떨쳐냈다.

이들은 묵념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뒤 본격적으로 대회를 시작했다.

11일 오후 민주노총은 서울 통일로에서 '202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소운 기자


이들은 가장 먼저 파업 노동자 등의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재정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즉각 공포와 시행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은 "20년 전 배달호, 김주익 열사를 포함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노조를 파괴하고, 가정을 파탄시켜왔던 손배 폭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에게 470억 손배 폭탄이 떨어지고, 택배 화물 노동자들에게 손배폭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해체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투쟁에 다같이 일어나자"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라! 노조법 2,3조 즉각 공포하라!" 등 다함께 입을 모아 구호를 외쳤다.

아울러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노조 탄압을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지난 노동절에 분신 사망한 고(故) 양회동 열사의 형인 양회선씨는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무엇 때문에 탄압하냐"면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는 장애물들을 없애는 데 힘을 보내주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언론 탄압, 방송장악 중단 △공공부분 민영화 저지 및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건설노조, 전교조, 학비노조 등 민주노총 산별노조 조합원들은 서울역, 보신각 등지에서 서울 곳곳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11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1시 한국노총도 서울 여의대로에서 주최 측 추산 6만 명이 모인 가운데 '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탄압 저지! 2023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도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은 여전히 우리를 옥죄고 있다"면서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손배·가압류 폭탄을 막을 노조법 2,3조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외쳤다.

양대노총의 이번 노동자대회는 경찰이 지난 9월 불법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골자로 하는 '집회·시위 문화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집회였다.

경찰은 각종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교통경찰과 임시편성 부대를 포함한 150여 개 경찰부대 1만여 명을 배치하는 등 가용 경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집회와 관련한 노조 측과 경찰 간 충돌이나 사고는 아직 신고되거나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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